김 대표/내각제 잠재우기 안간힘/노­김영삼회동 무슨얘기 오갔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표 불만 일단진정… 결속 다져/「DJ발언은 여당내 교란용」으로 간주/“의례적 만남”민정계선 의미부여 안해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민자당대표의 20일 청와대회동은 노­김대중회담후 나돈 내각제개헌문제나 「물밑 교감설」에 대한 여러가지 소문들을 여권 나름대로 정리했다.
국민이 원치않은 내각제개헌은 추진않는다는 것,노­김대중 회담에서 밀약과 같은것은 없었다는점,당내단합이 중요하다는 점 등이 재강조됐는데 이는 노­김대중회동후 나돈 추측들에 대해 김대표와 민주계가 보인 불만을 진정시키자는 것.
그동안 청와대와 상도동간의 의견조정을 위해 손주환 정무수석이 오가고 다른 경로 등을 통한 비공식접촉도 있어 양측간에 상당한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민정·공화계 일각에선 또 다른 추측들을 해 소문의 꼬리는 끝이 없다.
○…이날 노대통령과 김대표간의 청와대 주례회동은 돌출한 내각제개헌문제로 팽팽한 긴장감이 있을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사전조정덕분에 상당히 좋은 분위기속에 진행.
노대통령은 회동에서 내각제 개헌과 관련한 항간의 얘기들은 억측이자 부질없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에 개의치 말것을 당부했고 김대표는 노대통령의 통치권 행사에 누가 안가도록 정치일정 논의 중지를 촉구한 7·12지시 준수와 당내 결속을 다짐했다는 후문이다.
외견상 여권의 화합이 이뤄진듯한 이같은 결과는 김대표 본인을 포함한 민주계와 청와대핵심참모들간의 사전 교감속에 정지작업이 이뤄졌기 때문.
노대통령과 김대중 신민당총재의 7·16청와대 회담에서 내각제 개헌을 둘러싼 상당한 교감과 양해가 은밀히 이뤄졌을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김대표와 그 측근들은 『김대표의 발목을 잡으려는 시도』라며 발끈했고 이에 청와대관계자들은 노­김대중간의 대화내용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개의하지 말라는 의사를 거듭 전달.
청와대관계자들은 이와 함께 김대표에게 2인자로서의 역할·처신론을 역설했고 김대표측도 이를 수긍했다는 것.
손주환 청와대정무수석은 16일의 노­김회담직후 김대표를 면담,내각제 불가에 대한 노대통령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김대중 총재가 여러말을 퍼뜨리는 것은 여권 교란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고 이어 18일에는 노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이 김대표 직계인 김덕룡 의원과 비밀접촉,손수석의 설명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재확인. 이날 접촉에서는 이같은 상황에서 김대표가 더욱 처신을 신중히 해야한다는 점이 강조됐고 김의원도 공감했다는 얘기다.
이 측근은 특히 김대표의 미묘한 위치를 지적하면서 공연히 청와대를 자극할 뿐인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 등이 제기되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했는데 김덕룡 의원도 김대표의 위상이 확보된다면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시했다는 것. 이를 두고 청와대 일부와 김대표측에서는 노대통령의 「암시적인 언질」이 전해진 것으로 해석.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총재가 설령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더라도 김대표가 반대하면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때문에 김대표도 이 문제에 더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고 전언.
그러나 또 일각에서는 김대표쪽의 반발을 이런식으로 진정시켜 나가는 한편,내각제 개헌 가능성을 야당에서 제기하는 것을 그대로 두어 여운을 남겨 둠으로써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는게 대체적 관측이다.
○…김영삼 대표의 민주계측은 노대통령과 김대표가 청와대회동에서 개헌불가방침에 의견을 같이 한 것은 내각제가 이젠 소생할 수 없음을 여권수뇌부가 확인한 것이라는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의 회동은 내각제 개헌논의가 더이상 재개되지 못하도록 노대통령과 김대표가 조기에 쐐기를 박은 것이며 김대중 신민당 총재의 16일 발언은 다분히 여권내부 교란용이라는데 인식의 차이가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대표의 측근인 민주계의 한 중진의원은 『오늘 회동에서 김신민 총재의 내각제개헌에 대한 여러가지 발언들이 여권교란용으로 두사람의 시각을 일치시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해 청와대측과의 사전 접촉에서 이부분이 집중 거론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시말해 내각제개헌 가능성의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던 김신민총재의 입장선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김신민총재 스스로 그럴 의도가 없음을 여권수뇌부가 확인함으로써 내각제 개헌은 명실공히 사장된다는 것이다.
김대표의 브레인인 황병태 의원이 김대표의 일관된 입장은 김대중 총재가 내각제도 결코 선회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민주계의 적극적인 의미부여와는 달리 민정계측은 『일상적인 정례 모임』일 뿐이라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민정계측은 노대통령이 내각제 개헌 불가방침을 밝힌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기존의 일관된 입장이며,특히 지난주 김대표와의 정례회동에서 『정치일정논의 중지』라는 대통령의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각제 불씨가 되살아날 경우 이는 곧 민정·공화대 민주계의 정면 대결로 이어지고 노대통령이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다.
민정계측은 특히 내각제 개헌은 청와대나 민정계가 나선다고 될일도 아닌만큼 굳이 잠재적 폭발력을 지닌 「내각제탄」의 뇌관을 건드릴 필요가 없으므로 그 불씨를 일단 덮어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9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하고 한중관계의 개선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부상황 변화는 내각제 개헌의 최대 관건인 국민의 의식에 심대한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이고,그때 되면 김총재도 입장선회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돼 결국 개헌 가능 여부의 큰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기때문이다.<김현일·문일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