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6) 광주 동구 민주당 구해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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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더이상 호남을 볼모로 기득권이나 지키는 세력으로 전락해선 안 됩니다. 냉전수구세력인 한나라당을 견제하고, 독선과 미숙함으로 얼룩진 열린우리당을 훈계하는 국가경영의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죠. 그러자면 대대적이고도 철저한 쇄신이 이뤄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호남 물갈이를 통해 당의 이미지와 내용을 바꿔야 합니다.”

호남의 정치 1번지로 통하는 광주 동구에 도전장을 던진 구해우(41)씨는 “호남 물갈이의 첫 주자가 되겠다”고 호언했다. 호남이 새 바람의 진원지가 못 되면 수도권에서 민주당을 지지할 명분이 약해질 뿐더러 광주 시민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를 위해 그는 ‘호남 물갈이’를 추진할 젊고 개혁적인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당 지도부에 즉각적인 당 쇄신과 공정한 공천을 요구하고, 내년 총선에서 실질적인 인적쇄신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자칭 ‘DJ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젊은 기수’다. 우선 98년 김대중 정부 통일정책의 버팀목이었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청년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2000년부터 약 2년간 SK글로벌과 SK텔레콤 대북사업 담당 상무로 일했다. 당시 수 차례 방북해 남북통신협상의 실무를 맡으면서 ‘남북경협 전문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문제를 푸는 열쇠는 ‘남북경협’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청와대 국장 자리도 마다하고 SK에 들어가 남북통신협상에 참여했죠. 남북합의서를 체결할 땐 참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국내외의 정치적인 변수와 북한 핵문제를 앞세워 북한과의 약속을 저버렸습니다. 햇볕정책의 가장 큰 원칙인 선경후정(先經後政)의 원칙을 지키지 못한 거죠.”

구씨는 국회에 진출하면 남북경협 경험을 살려 북핵문제·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특사로 활약하고 싶다는 소망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신당행과 민주당 지키기의 기로에서 고민 끝에 민주당을 택한 것도 햇볕정책에 대한 애착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함께 쇄신하자”는 통합모임 의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평소의 소신대로 DJ의 햇볕정책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는 것.

구씨는 전남 화순 태생이다. 서울에 유학해 고려대 법대를 나왔고, 미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의 아내도 현재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8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 만난 그녀는 구씨가 4년 여 수배생활을 하고 1년 남짓 옥고를 치를 때 든든한 동반자였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것은 97년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를 도와 대선에 치르면서다. 이후 국민회의 기획조정위원회 부위원장, 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냈고,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때는 한화갑 후보의 언론특보를 지냈다. 고향인 광주 동구에서의 출마 결심을 굳힌 데는 한 전 대표의 권유도 작용했다.

구씨는 얼마 전 ‘광주평화개혁포럼’사무실을 열었다.

“광주는 예향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침체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경영전문가로서 낙후된 광주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특히 전남도청·광주시청 이전 문제 등도 각계 전문가들과 치밀하게 검토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생각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꼭 승리해 민주화의 성지, 정권교체, 노벨상 수상을 이룬 호남인의 자존심을 지키겠습니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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