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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강력사건 판친다/중무장 「조직」들 “한탕”뒤 철수 노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국군 권총 2만원에 거래
97년 중국반환을 앞두고 정치·경제·사회적 과도기에 있는 홍콩에서 총기류를 사용하는 강력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카이탁(계덕) 공항에서 4인조 무장강도가 현금 수송차량을 습격,홍콩에서 대만으로 옮겨가던 뉴욕소재 한 은행 소유인 1백60억원 상당의 미화 및 홍콩 달러를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홍콩의 신문들은 이날 지금까지의 굵직한 강도사건 일지를 나열하면서 이같은 피해액수는 홍콩 개항이래의 최대 액수라고 대서특필했다.
홍콩의 강력사건은 최근들어 하룻밤 사이에 금은방 5개소가 연속으로 털리고 자동소총·수류탄등 위력적인 살상력을 가진 무기까지 등장,기세를 더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록은 86년 1월 강력사건 4개소 연속발생이 최고였다.
홍콩의 여론과 주민들의 불안을 의식한 치안당국은 인구대비 강력사건 발생자료를 제시하며 『홍콩은 아직 미국이나 대만에 비해 안정된 수준』이라고 변명같은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홍콩의 여타지역에 대한 상대적 안정여부가 아니라 홍콩자체의 강력사건이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홍콩에서 총기류를 사용한 강력사건 발생 건수는 지난 86년 1백25건,88년 1백79건,90년 3백64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고 올들어 첫 3개월동안 이미 1백29건의 강력사건이 발생했다.
강력사건의 수법도 권총사용은 이미 낡은 방법에 속하며 중국제 수류탄·AK47 자동소총,미제인 AR15 자동소총이 등장,중무장 범인과 경찰이 총격전을 벌이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인명피해까지 낸 홍콩 경찰은 이에 대비하여 방탄복을 해외에 주문하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현상은 홍콩의 중국반환과 관련하여 홍콩의 범죄조직들이 동요를 보이고 있을뿐만 아니라 교류기회가 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범죄자와 무기류가 흘러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흔히 「트라이 애드」로 통칭되는 홍콩의 범죄조직은 지역별로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중 대표적인 조직만 10여개에 이르며 조직원수는 15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과강룡(대륙에서 건너온 세력)인 산두·호남방·대권자 등은 계속 대륙에서 연고지를 중심으로 신규가입자를 확보하며 계보를 유지하고 있고 지두사(홍콩지역 출신)인 십삼K당도 만만찮은 세력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범죄조직은 혈연과 지역을 중심으로 일종의 자조집단적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으며 밀수·강도·마약거래등 불법활동 이외에 무역업등 합법적인 영역에도 폭넓게 뿌리를 내려왔다.
그러나 이들 범죄조직들은 홍콩 반환을 앞두고 대부분 「홍콩철수작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침몰을 앞둔 선박에서 쥐떼들이 탈출하듯 「폭력의 분배」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의 체질을 꿰뚫고 있는 홍콩 범죄조직들이 적어도 1993년을 전후하여 「한탕」을 올린뒤 다른 자본주의국가로 근거지를 옮긴다는 것이다.
홍콩의 강력사건이 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동향과 관련된 것으로 일종의 전초전에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다른 한편 홍콩의 범죄증가 현상을 중국의 치안불안 사태에서 직접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기가 홍콩의 범죄집단에 흘러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당국자는 같은 유형의 총기가 월남에서 유입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민해방군용 권총이 홍콩에서 한자루에 2백 홍콩달러(약 2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인민해방군들이 개방·개혁정책이 실시된 이후 경제발전 수혜층에서 소외되어 월평균 40원(약6천원) 수입의 가장 인기없는 직종으로 바뀐 점도 이같은 무기유출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도 홍콩의 범죄조직들이 중국에서 싼 「인건비」로 하수인을 고용하고 이들이 체포되더라도 조직의 연관이 드러나지 않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홍콩범죄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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