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김 "너무 마른 모델 안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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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

한국의 대표적인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72)이 "너무 마른 모델은 앞으로 나의 패션쇼 무대에 세우지 않겠다"고 30일 밝혔다.

앙드레 김은 이날 오전 방송된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서 "인위적으로 지나치게 마르려고 하는 모델은 무대에 나갔다가 영양실조로 쓰러지지나 않을까 디자이너 입장에서 불안하고 겁이 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너무 마른' 기준에 대해 "여성 패션모델이 키 1m78㎝, 1m79㎝이면서 허리 사이즈는 23, 24인치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본지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이어 "모델의 키가 그 정도인 경우 허리 사이즈는 25.5~26인치, 한국 사이즈로 55 정도는 되어야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과도하게 마른 모델의 패션쇼 출연을 규제하려는 국제적인 추세에 한국 패션 디자인계에서 호응하는 첫 사례다.

앙드레 김은 "지나치게 마르지 않으면서 너무 볼륨 있지도 않고, 탄력 있는 몸매에 교양미가 풍기는 그런 모델을 선호한다"며 "그런 모델이라야 의상을 입었을 때 매력적인 풍요로움을 풍겨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패션쇼를 앞두고 가봉을 하러 온 모델이 과도한 다이어트에 따른 빈혈로 비틀거리는 경우를 2~3년 전 몇 차례 보았다"며 "무대에서 쓰러질까봐 그런 사람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어 "요즘은 어린 학생들도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데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모델을 지망하는 청소년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엔 스페인 마드리드시가 세계 최초로 '깡마른'(체질량 지수 18 이하, 예컨대 키 1m75㎝면 체중 56㎏ 이하) 모델의 패션쇼 출연을 금지한 바 있다. 이탈리아의 청소년부와 국립패션쇼협회는 다음달 '밀라노 컬렉션'에 깡마른 모델의 출연을 금지할 예정이다.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의회(CFDA)'도 다음달 2일 개막하는 뉴욕 패션 주간을 앞두고 최근 '모델의 건강을 위한 권고문'을 발표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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