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학계에도 뿌리깊은 여성차별-스탠퍼드 의대 콘리박사 사건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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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의대의 여자교수 프랜시스 콘리박사가 『더 이상 성차별을 받을 수는 없다』고 선언하고 교수직을 떠난 사실이 지방신문 등에 보도되면서 의학계의 뿌리깊은 남녀차별이 미국사회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남자들은 여성들이 자신들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싶어하고 직장에서 여성을 동료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스탠퍼드 의과대학에서 16년 동안 신경외과교수로 봉직해오다 동료 남성교수들의 남녀차별의식에 회의를 갖게돼 교수직을 그만둔 콘리 여사는 남성들의 고집스럽고 상대편을 생각하지 않는 남성 우월의식을 비판한다.
25년간 의사생활을 해온 콘리 여사는 현장에서의 동료 남성의사들이 우월의식을 드러내는 예를 몇가지 든다.
여의사가 팀장으로 수술을 주도하는 수술실에 동료의사가 들어오면 그들은 대개 간호원을 포함해 수술실에 있는 모든 여성을 장난기 섞어 「하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때 엄격하게 팀을 장악해 원만히 수술을 끝마쳐야하는 여성팀장의 입장은 난처할 따름이다.
그는 또 젊은 시절에 동료의사들로부터 농담조의 동침 제의를 수없이 받았는데, 그것도 일부러 다른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해 은근히 자신들의 우월함을 과시한다는 것.
콘리 박사는『레지던트 시절에 있었던 일들을 일일이 문제삼았다면 전문의가 못 되고 중도에 포기해야 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또『남성들이 무심결에 던지는 여성을 무시하는 말이나 행동들이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하려는 여성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데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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