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들은 공격 경영 나서는데 한국만 '방어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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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대기업들의 몸사리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올해 유가.환율 등 대외적 변수에다 대통령 선거까지 겹치면서 투자와 고용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등 '방어 경영'에 치중하고 있다. 신흥 시장의 활력에 힘입어 해외 기업들은 '공격 경영'을 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자신감을 잃고 그 흐름에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 올해 채용.투자 증가 2%대=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300대 기업 중 설문에 응답한 201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전망한 올해 순고용(입사자 수에서 퇴직자 수를 뺀 수치) 증가율은 2%에 불과했다. 이들이 예상한 올해 말 근로자 수는 70만4490명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만4000명 정도 느는 데 그쳤다.

2004년에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는 순고용 증가율 전망치가 5.1%로 나타났으나 이후 2005년 3.6%, 2006년 2.3% 등으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해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 뽑기를 점차 꺼리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힌 140개사 중 21.4%만이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나머지 61개사는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아직 미정이다.

이에 앞서 전경련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자계획 조사에서도 이들 대기업의 투자액은 지난해에 견줘 2.1% 느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두 자릿수 투자증가율을 보이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전경련 이승철 상무는 "최근 2~3년간 환율.유가 불안이 지속된 데다 올해는 대통령선거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 기업들은 낙관=28일(현지시간) 폐막한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는 올해 경제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낙관적 시각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포럼에 참가한 전 세계 최고경영자(CEO) 11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 대부분은 앞으로 3년간 매출이 향상될 것이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5년 전에는 긍정적 답변이 절반 정도에 불과했으나 지난 4년간의 세계경제 성장세에 힘입어 낙관론이 번진 것. 새뮤얼 디피아자 PwC 대표는 "전 세계 CEO들은 세계화가 제공하는 새로운 시장과 고객들에게 주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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