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후손 "1000원권 퇴계 모습 고쳐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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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건 쓴 퇴계 선생의 모습이 이번엔 고쳐져야 했었는데…."

유림 서수용(48.서울 송파구 자원봉사센터 소장)씨는 새 1000원권 속 퇴계(退溪) 이황(李 滉) 선생이 여전히 머리에 복건을 쓰고 있는 모습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는다.

선생의 초상화가 '병색에 파리한 모습'인 것은 근거 자료가 없어 감수할 수 있지만 머리에 쓴 복건은 '싫어했다'는 분명한 기록이 있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퇴계의 제자 김성일은 '김취려라는 사람이 복건(幅巾)과 심의(深衣)를 만들어 보냈다. 선생이 말씀하시기를 "복건은 승건(僧巾)과 같아서 쓰는 것이 좋지 않을 것같다"며 심의를 입고 정자관(程子冠)을 썼다'는 기록을 남겼다. 또 제자 이덕홍도 관련 기록을 남겼다.

정자관은 주자(朱子)의 스승인 정자가 즐겨 썼으며 5000원권에 나오는 율곡 이이 선생이 쓰고 있는 관이란 것.

서씨는 "선생이 싫어한 복장을 틀린 줄을 알고도 그냥 두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후손들도 나서기를 주저할 뿐이지 심기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후손인 퇴계학연구원 이윤희(63) 간사장은 "이 문제는 오래 전부터 논의돼 왔다"며 "복건은 분명 아니며 지금은 얼굴과 관련된 기록을 수집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간사장은 "한국은행 등 정부 쪽에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하는 것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시끄러워질 걸 우려해 뜻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퇴계 선생의 초상화는 전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초상화는 1983년 첫 선을 보인 1000원권을 만들면서 이유태(1916-1999) 화백이 고증을 토대로 상상화를 그렸다. 이후 초상화는 문화관광부의 표준영정으로 채택됐다.

한국은행도 복건의 문제점은 알고 있었다.

한국은행 발권과 박운섭 차장은 "도안 변경계획 발표부터 확정까지 3개월 여유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초상화를 새로 그릴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한다. 그래서 '병색이다'등 그간의 여론을 반영해 얼굴 부분만 약간 두툼하게 수정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진성이씨 문중 등이 고증을 거쳐 새로 초상화를 제작해 표준영정으로 받아들여지면 지폐 도안 변경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다.

대구=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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