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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시장 돈 가뭄 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국제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국내은행들이 몇년만에 다시 돈을 꾸러 나가기 시작한 터에9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돈가뭄이 올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새삼 주의를 끌고있다.

<일 경상흑자 줄어>
국제금융시장의 돈 가뭄은 바로 고금리·고달러 시대가 온다는 이야기요, 이는 곧 흑자기조가 아직 뿌리 내리지 못한 우리로서 정부든 민간이든 바싹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내저축을 늘려놓아야만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최근 재무부가 일본 국제금융정보센터의 분석등을 토대로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우선 그동안 세계금융시장의 돈줄이었던 독일·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이 각각 통일과 걸프전 때문에 돈을 빌려 써야 할 형편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재정규모삭감계획은 불투명하며, 무엇보다도 제1의 돈줄인 일본은 대대적인 내수투자가 시작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돈빌리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며, 금리가 높아지고 그동안 약세였던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세계 자금시장의 사정은 빡빡하기 이를데 없다.

<미 국채발행 막대>
일본 국제금융정보센터는 올해 세계전체로 2천8백억달러가 필요한데 비해 단지 2천5백억달러의 자금공급만이 가능해 3백억달러 정도가 부족하다고 예측했다(그림참조).
국민총생산(GNP)에 견줄 때 4∼5%선의 재정적자를 보이고 있는 미국은 오는 96년에 가서야 재정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킬 계획이라고 말은 하지만 낮은 복지수준·국내정치상황 때문에 실현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당장 91회계연도(90년10월∼91년9월)의 재정적자만 해도 당초 예상했던 2천5백30억달러보다 25·7%나 많은 3천1백81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따라서 미국정부는 여전히 많은 국채발행을 해야하며 계속 막대한 돈을 빌려와야 할 형편이다.

<일 은행들 대출회수>
탄탄한 자금줄인 일본도 85년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기 위한 플라자합의로 엔고와 저금리정책을 통해 국내시장 확대에 주력했었고, 이에 따라 87년 8백70억달러에 이르렀던 경상수지흑자가 지난해에는 3백38억달러로 줄어들었다.
국제금융시장의 「큰손」이었던 일본계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이 93년3월까지 자기자본의 8%를 의무적으로 적립토록 하자 융자를 꺼리며 오히려 대출금을 회수하려 들고있다.
일본과 함께 양대 돈줄이었던 독일도 통일이후 재정수요가 급격히 늘어 경상수지가 흑자는커녕 85년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올1·4분기 내내 매달 적자를 기록했다.

<산유국도 돈빌릴판>
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 굵직한 「오일달러」의 파이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중동국가들도 걸프전이후 오히려 돈을 빌려 써야 할 형편이 됐다. 앞으로 수년간에 걸쳐 쿠웨이트가 1천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국가들이 2천억달러의 전후복구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면서 여러 부문에 걸쳐 개발수요가 많은 소련 및 동구국가들도 올해에만 2백억∼2백50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중반 한때 외채상환동결을 선언했던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중남미국가들도 최근 이자지불을 시작하며 새 돈줄을 잡으려 들고 있다.
이렇게 돈을 쓰려는 나라는 많은데 자금이 부족하니 아무래도 신용도가 낮은 편인 개발도상국과 소련·동구권국가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리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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