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제작자 구영갑씨|파이프 오르간 ″가정용 악기로도 훌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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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 유일의 파이프오르간제작자 구영갑씨(36)가 6일 오후 예음홀에서 가진 파이프오르간 구조와 제작에 관한 특강은 일부 공연장이나 교회에 설치되는 특수악기로 알려진 파이프오르간이 사실상 가정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좀더 친근한 악기임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최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독일정부가 인정하는 파이프오르간 제작자격증을 딴 구씨는 한양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한뒤 독일에 유학, 베를린공대에서 음향학을 공부하고 바일란트 오르간제작사에서 3년6개월간 도제수업을 쌓았다.
천둥소리에서 잔잔한 시냇물소리에 이르기까지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어 「악기의 여왕」「신의 소리를 내는 악기」로 불리는 파이프오르간은 수많은 파이프를 통해 울리는 다양한 음색과 음량이 오키스트라를 방불케 한다. 또 종교적 색채가 짙어 사람들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매력이 커 2천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해온 음폭이 가장 큰 악기다.
파이프오르간은 완전한 수제품으로 제작자는 정확한 귀와 솜씨를 가진 목수, 전기 기사, 음향기사, 건축사, 금속기술사, 음악가 등 그야말로 다재다능해야 한다.
구씨는 『유럽 각국에 널리 보급되고있는 가정용 파이프오르간은 0.7∼1평 정도의 공간을 차지하므로 약4평 크기의 공간이면 설치할 수 있다』며 주문제작 가격은 2천만∼3천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구씨는 『파이프오르간의 수명은 2백∼3백년으로 일반피아노가 약50년, 전자오르간이나 전자피아노가 10∼15년 정도인데 비하면 훨씬 오래도록 대물려 쓸 수 있는 「상품이 아닌 예술품」이며 음색 또한 디지틀 피아노 못지 않게 다양하다』고 밝혔다. 구씨는 『이번에 일시 귀국해보니 이미 상당수의 교회들이 외국에 파이프오르간을 주문해 놓았더라』면서 앞으로는 국산 파이프오르간이 한국의 교회나 가정은 물론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게 됐으면 하고 희망하기도 했다.
구씨는 오는 8월부터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세계 유일의 파이프오르간 제작 마이스터학교에서 1년간 더 공부한 뒤 완전 귀국해 파이프오르간의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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