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여성정책』 출간준비 분주 국토통일원 윤미량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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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은 남녀평등권을 법제화하는 등 겉으로는 진일보된 여성정책을 펴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종래의 여성에 대한 편견에다 노동까지 남성처럼 해야만 살수 있는 가혹한 정책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여성들 사이에는 결혼 기피풍조까지 생겨나고 있어요. 노동은 똑같이 하는 상황아래서 여성들에게만 가사까지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죠. 노동에서 헤어나지 못할 바에야 결혼할 필요성이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지난 86년 행정고시에 합격, 여사무관으로서는 유일하게 국토통일원에 지원, 홍일점으로 근무해온 윤미량씨(32·통일원정보분석실)가 자신이 연구해온 자료들을 묶어 이달말께 국내최초의 북한여성관련 서적인 『북한의 여성정책』(도서출판 한울)을 펴낸다. 이미 탈고를
끝내고 마지막 교정작업을 진행중인 그는 중앙대 정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행정대학원에서 「북한여성정책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는 등 북한 여성정책에 관한 각종 논문과 자료를 꾸준히 발표해왔다.
『처음엔 북한의 문화예술에 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87년 통일원사무관으로 임용되면서부터 북한여성에 대해 집중 연구를 하고있어요. 상상 밖으로 자료는 부족하고 연구실적이 없는데 놀랐습니다. 이미 패션쇼가 열렸고 여성화장이 짙어지는 등 빠르게 변하고 있는 북한여성문제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절실합니다.
그는 북한사회를 편견이나 예단 없이 알아보기 위해 보다 객관적인 자료들을 거의 모두 수집, 탐독했고 예술·문화·영화관련 자료들도 남김없이 섭렵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학술적 접근방법을 좀더 보완하기 위해 오는 9월초부터 영국 런던대학에 유학, 2년간 정치사회학연수를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북한은 60년대 초반까지는 여성의 사회적 참여만 강조하는 가정파괴적 정책을 써왔어요. 그러나 61년 어머니대회·노동당 4차 대회에서 어머니의 역할이 대폭 강화되면서 여성정책은 다시 봉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후 김일성의 모친 강반석을 「혁명의 어머니로」, 첫째부인 김정숙을 「친위전사」로 격상하는 등 여성들에게 슈퍼우먼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책에서는 독자들의 판단에 오류를 내지 않게 하기 위해 참고자료를 많이 인용하고 결론을 내지 않았다는 그는 북한의 여성정책이 여성이나 가정을 위한 것이기보다 혁명의 도구로 사회적 참여를 추가 부담시키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따라서 남북교류가 확대된다면 『섬세한 성격의 여성들에게 보다 큰 충격과 좌절을 안겨줄 것이 틀림없다』고 전망했다. <배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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