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의 유기적 통합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진보적 학술연구와 학술운동을 하고 있는 김진균교수가 똑같은 제목으로 두번째 펴낸 이 책은 그의 관심을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한다. 우선 짤막한 소 주제인「민족적·민중적 학문을 제창한다」「민족주의의 이론화 전략에 따른 문제」「민중사회학의 이론화 전략」「남북한 사회구조의 공동연구를 제창한다」등 몇 개만 보더라도 그가 이야기하는 사회과학이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사회과정이어야 하는가 하는 점, 즉 그 목적지향성에 대한 좌표를 분명히 읽을 수 있다.
또한 우리사회의 진보와 민주화를 위한 진통의 역사현장에 방관자가 아닌 주체로서 행동하는 실천적 지성인다운 모습을 이 책의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다.
이론과 실천의 유기적 통합을 추구하는 이 책의 몇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소개해 본다.
첫째, 사회과학의 지향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은이는 식민사관, 해방 후 숭미주의에 빠진 종속적 학문의 전통, 즉「학문을 위한 학문」「실증주의에 매몰된 학문」「국적 없는 학문」「가치 중립적 학문」「가진 자의 학문」등의 학문풍토를 신랄히 비판하고「민중에 기초하는 민족사회의 재구성」을 제창하면서「사회운동의 변혁적 역량의 확산」을 뒷받침하는 민족·민중 지향적 학문의 형성과 확산을 주창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글들이 주로「이론화 전략」이라는 소 주제로 엮어져 있는데 지식인의 자기 정당화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서 방향감각도 없이 학문을 위한 학문을 하는 우리 학계에 뼈아픈 자기성찰을 촉구하는 글들이다.
둘째, 학술연구의 이론적 과제와 정치적 과제 중 어느 하나에 경도되지 않으려는, 즉 두 가지를 다 포용하려는 노력이 담겨져 있다.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하나다. 그야말로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중에서도 이론적 연구에 고뇌하고 그러면서도 집단적·정치적 활동에 미진하고 있다.
물론 이론적 성과에만 매몰된「연구주의」를 극복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셋째, 현재의 역사적 과제와 직결된 연구주제의 선정이다. 지은이가「민중을 기초로 하는 민족사회의 재구성」등을 말만으로 강조한 것이 아니라 이론적·실천적 주제 또한 이에 걸맞은 통일을 이룬다. 보기를 든다면「광주민중항쟁의 사회·경제적 배경」「4·19는 계속되는 있는가」「남한의 독재정권과 독점재벌의 구조적 성격」「노동운동과 사상의 자유」「사회학이 본 한국자본주의와 분단문제」등이다.
이들 역사현상들이 발생하게 된 역사 구조적 요인을 규명하는 작업과 아울러 이의 결과가 오늘날의 변혁운동에 어떠한 규정력을 행사하고 이들이 주는 역사적 교훈을 오늘의 변혁운동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 하는 점등에 주목하고 있다.
위의 특징들은 지은이의 대전제인「민족주의 문제와 자본주의 문제가 각각 서로 다른 운동의 논리에서가 아니라 같은 바퀴의 운동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분단 극복의 통일운동과 민주노동운동에 기초하는 민주화운동은 통일된 차원에서 결합되고 규명되어야 한다」에 기초하고 있다.
논평자는 이에 전적으로 동의를 하지만 아쉬운 점은 분단 극복은 자본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한 우리반쪽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또 하나 반쪽인 사회주의 북한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그래서 남과 북의 공동의 변증법적 지양의 산물일 수밖에 없는 점이 소홀히 되었지 않나 하는 점이다. 두 체제의 변증법적 지양을 엮어나가는 데에 계급모순 못지 않게 민족모순의 해결이라는 과제가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무서운 동력을 형성할 수 있는 점이 주목받아야될 것 같다. 강정구교수 <동국대 사회학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