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 실추에 「충격요법」 대응/공판소란 5명 구속방침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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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론 등에 업고 강경방침 선회/소란 커지도록 방치한 재판부 책임논란
강경대군 치사사건 공판정에서 발생한 최악의 법정소란과 관련,검찰이 주동자 5명을 구속키로 초강경 방침을 세우는등 법치주의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법정소란만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는 단호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번 재판의 피해당사자인 강경대군의 아버지 강민조씨와 5공말기 시국의 「뇌관」역할을 한 박종철군의 아버지 박정기씨를 구속 대상자에 포함시킨 것은 법정소란이 어떤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경고의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강군과 박군 아버지를 구속키로 한데 대해 일부에서 무리라는 지적을 하고 있으나 그동안 시국사건 재판때마다 계속돼온 법정소란의 악순환을 단절시키기 위해서는 예외를 두지않고 구속하는 「충격요법」이 불가피 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재판진행을 방해하는 정도의 단순한 소란이 아니라 변호사가 뺨을 맞는등 폭행을 당함으로써 어느경우에도 보호받아야 할 변론권이 크게 침해받았다는 특수성이 강경방침으로 선회케한 중요한 이유로 분석된다.
다만 법정소란을 주도한 강군 가족중 어머니와 누나에 대해 불구속 입건만으로 그친데는 유가족이라는 점을 최대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소란에 적극 혹은 단순가담한 이오순·오영자·이중주씨 등 민가협 회원들을 전원 구속키로 한데는 이들이 이번뿐 아니라 다른 시국사건 재판마다 찾아다니며 법정소란을 부추기거나 주도한 「전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오씨는 88년 11월 미 대사관 난입사건 공판때의 소란으로 구속돼 징역 8월을 선고받은 적이있고 이중주씨는 87년 6월 권인숙씨 항소심 공판정에서 교도관 모자를 검사에게 던져 구속되기도 했었다.
4일 오후 열린 문제의 재판에서도 이들은 재판시작전부터 「저런 죽일×들 때려 죽여라」「사법부는 재판자격이 없다」는 등 구호와 욕설을 퍼부어 법정소란을 유도했으며 강군 가족들이 조용히 있을때마다 핀잔과 야유를 보내는등 소란을 부추기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정소란이 커지도록 방치한 재판부의 책임에 대해서 법원자체내에서 아무런 조치없이 소란행위자에게만 극약처방을 내린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함께 사건발생초기의 미온적인 대처가 강경방침으로 선회하기까지 보인 검찰의 움직임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법정소란은 법정내 질서유지의 전권을 갖고있는 재판부가 소란과정에서 퇴정이나 감치 등 적절한 대응을 하지못했고 오히려 소란을 피하려는듯한 행동을 보였다. 이밖에도 법정소란이 예상되는 재판인데도 법정안 경비대책 마련을 소홀히 한 재판부의 책임도 따져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검찰은 사건발생 초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듯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가 언론이 대서특필하자 뒤늦게 전담수사반을 편성하는등 늑장을 부렸다.
더욱이 대법원·변호사단체 등 전법조계가 한목소리로 법정소란 응징을 촉구하자 소폭 처벌방침을 바꿔 대량구속으로 선회하는등 여론에 끌려오는듯한 인상을 주었다.
결국 이번 법정소란 관련자의 엄단 방침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것은 분명하나 최근의 정치적인 상황변화에 고무받은 검찰의 「강성사고 분위기」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하는 일부의 시각도 있는만큼 검찰은 공정한 자세로 법정소란을 다스리는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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