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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유전자 분석 … 질병원인 찾기 '독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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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상대 자연과학대 생화학과 3, 4학년 학생들은 인간의 유전자 정보 3만5천여종이 담긴 손톱만한 유전자 칩을 만드는 실험을 직접한다. 인간의 키, 지능지수(IQ), 피부색, 질병 등을 지배하는 유전자 정보를 복제해 칩을 만드는데 6개월쯤 걸린다. 학생들은 자신의 유전자 칩을 만들면서 인체의 신비에 푹 빠져든다.

생화학과 이상열 교수는 "학생들이 책에서 배운 힘든 실험을 직접 해 봄으로써 전공에 흥미를 갖게 된다"라며 "우수한 교수진과 실험 기자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상대는 환경생명과학을 특성화해 국내외서 독보적인 연구력을 인정받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국가핵심연구센터(NCRC)지정에 이 대학 환경생명과학연구센터가 서울대(나노응용시스템 연구센터)와 나란히 포함될 정도다. 이 사업은 정부가 우리의 과학기술력을 한 차원 높일 핵심연구소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벌이는 것으로 전국 50여 개 대학과 연구센터가 지원받고 있다.

이에 앞서 환경생명과학연구센터는 1990년 과학기술부에 의해 우수연구센터(SRC)로 선정되면서 98년까지 해마다 10억여 원의 연구비를 받아 첨단 연구시설을 갖추었다.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실험실은 국제적인 수준이다. 생명과학연구동에는 2백억원이 넘는 실험장비들로 가득하다. 환경생명과학분야는 특정 학과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4대 단과대학 10여 개 학과들이 연계해 연구를 수행하는 체제다.

농화학.식품공학.농생물(이상 농생명과학대), 생화학.미생물학.생물학(이상 자연과학대),화학공학.고분자공학과,토목공학(공과대), 해양생물.해양환경공학(해양과학대)등이 해당된다.

이들 학과 3, 4년 재학생 중에 NCRC 인턴학생(연간 60명)으로 뽑히면 푸짐한 혜택을 받는 것은 물론 대학원에도 우선적으로 진학할 수 있다. 인턴 학생이 되면 기숙사를 제공 받고 생활비 등 매달 1백여만원 의 혜택을 본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30여 명씩 해외 장.단기 연수를 떠난다. 인턴학생을 거쳐 연구센터 대학원생이 되면 등록금 전액면제, 월 50만원 장학금, 전원 기숙사 등을 제공받는다.

소요 예산은 NCRC 지정에 따라 과학재단으로부터 받게 될 2백10억원(연간 30억원씩 7년간)의 연구비와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등 모두 2백50억원의 일부로 충당하기 때문에 넉넉한 편이다.

경남도로부터 해마다 10억여 원의 연구비도 지원받고 있다. 이 분야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조무제 총장 당선자는 "지방 대학이지만 환경생명과학 분야는 국내 최고를 자부한다"라며 "이 분야를 전공하면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 연구소, 공무원 등으로 진출할 수 있고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도록 뒷받침 해준다"라고 말했다.

환경생명과학 분야 출신자 중 12명이 미국의 MIT.예일.스탠퍼드 등 세계 정상급 대학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 분야 전공 연구진들은 최근 3년간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를 비롯해 유력 국제학술지에 1백44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분야의 명성을 듣고 인도.베트남.중국 등에서도 10여 명이 환경생명과학을 전공하기 위해 유학을 와 있을 정도다.

김상진 기자

◇ 환경생명과학=현대 문명사회의 복잡한 환경문제를 첨단 생명공학과 환경공학 기법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학문. 생산량이 높고 병충해에 걸리지 않는 벼, 수량이 많은 콩이 대표적인 연구 결과다. 경상대 연구팀은 3만5천여개의 인간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 원인을 분석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암 극복을 좌우하는 단백질간의 네트워크도 연구 중이다.

1983년 국내 최초로 세워진 경상대 유전공학연구소에서 출발,1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경상대서 이 분야를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논문이 과학논문인용색인집(SCI)의 영향지수 '5.0'이상인 학술 잡지에 실려야 한다. 국내 과학학술지의 영향지수가 '0.9'전후인 것을 감안할 때 경상대 환경생명과학의 수준을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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