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무역흑자 5년 만에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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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우리의 무역흑자가 지난해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이자 우리가 무역흑자를 가장 많이 내던 곳이다. 이에 비해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일본산 제품에 대한 국내 수요가 몰리는 '일류(日流)' 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장 많이 벌던 곳에선 덜 벌고, 가장 많이 쓰던 곳에선 더 쓰는 모습이 선명해진 것이다.

◆중국에서 버는 돈 줄고=28일 산업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흑자는 209억67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9.9% 줄었다. 200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대중 무역흑자는 2000년 56억6000만 달러에서 2001년 48억9000만 달러로 떨어진 이후 4년 연속 증가세였다.

<그래픽 참조>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흑자국인 중국이 최근 철강.석유화학 등 기초소재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중국의 수입 수요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의 수입대체 산업 육성이 우리 발목을 잡은 것이다.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지난해 홍콩(168억8300만 달러), 미국(95억7400만 달러), 멕시코(55억500만 달러), 대만(37억2700만 달러) 등을 앞질렀다. 따라서 중국의 무역흑자 폭이 계속 줄어들 경우 우리나라의 무역흑자 유지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에 주는 돈 늘어나=일본에 대해선 무역수지와 여행수지 적자가 동시에 늘고 있다. 욘사마 관광 열풍 등 '한류(韓流)'에 의지하며 대일 흑자를 보여 왔던 서비스수지가 2005년 적자로 돌아섰을 정도다.

최근에도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 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일본 배낭여행을 주로 알선하는 여행사 '여행박사'(서울 서소문동)는 요즘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양국의 물가수준의 차이를 고려해 계산한 실질 원-엔 환율이 1989년 1월과 비교해 63.9%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일본 관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4박5일 일본 여행 상품(선박)은 19만원대로 떨어졌다.

이 회사 심규성 상담원은 "현지의 식사비.교통비가 한국 물가와 별 차이가 없어지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지난해보다 20% 늘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카메라.캠코더.승용차 등 일본제 소비재의 가격도 덩달아 하락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는 253억3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 늘어나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부품.소재 품목에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일본보다 뒤져 대일 무역적자 확대 추세가 멈추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홍병기·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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