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테러 현장 서정민 특파원 르포 2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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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이라크 저항세력의 로켓포 공격을 받은 바그다드의 팔레스타인 호텔 프런트는 숙소를 옮기려는 투숙객들로 수라장이었다. 호텔 직원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로켓포 공격을 받은 반대편으로 방을 옮겨달라는 투숙객들의 요청이었다.

셰러턴 호텔과 마주보고 있는 방을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방을 옮기지 못했다고 다른 호텔로 간 투숙객은 많지 않았다. 기자도 공격받은 쪽 방을 그대로 사용해야 했다.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 호텔이 바그다드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국회조사단은 방을 반대편으로 옮겼다가 오후 5시30분쯤 또다시 '안전한' 장소로 숙소 자체를 옮겼다. 미군이 호위하는 차량을 타고 호텔을 떠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로켓포 공격으로 가장 큰 구멍이 난 16층 엘리베이터 로비에 가 보았다. 벽의 두께를 재보니 30㎝가 넘는다. 8층 내 방으로 돌아와 벽의 두께를 보니 25㎝ 정도였다. 불안감이 스쳐갔다. 그날 밤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창문 쪽에 침대를 세워놓고 바닥에서 잘까." "벽이 하나 더 있는 화장실이나 욕실로 매트리스를 옮겨야 하나." 군에서 배웠던 비상시 대처 방안까지 애써 기억해 내며 초조함을 달랬다. 잠을 잤던 기억도 없는데 아침이 왔다.

미군이 거리를 통제했기 때문인지 행인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호텔 주변의 사둔 거리엔 경찰이 빽빽하게 깔렸다. 티그리스 강을 건너는 공화국다리는 24시간 검문 중이다. 22일 밤에는 아예 사둔 거리가 차단됐다.

연합군 임시행정처(CPA) 안의 라시드 호텔에서 있은 국회조사단과 교민들의 저녁식사 자리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탄 택시는 막힌 주도로를 피해 컴컴한 샛길을 15분이나 헤맸다.

이날 낮 치안상황을 브리핑한 영국의 보안업체 글로벌 시큐리티 스트레티지(GSS)는 "어제의 로켓포 공격은 우리를 겨냥한 것인가"라는 조사단의 물음에 "한국에 대해 의도적으로 공격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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