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법정 가는 김현희 '진실 게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1987년 11월 29일의 'KAL 858기 폭파사건' 의혹을 소설 형식을 통해 파헤친 장편 '배후'(창해, 1.2권.사진)가 출간됐다.

그동안 김현희 KAL기 사건 진상규명대책위원회, 대한항공 858가족회 등 관련 단체와 일본인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꾸준히 의혹이 제기돼 왔지만 소설로 문제가 불거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당시 조사관 5명은 21일 법원에 작가 서현우(41)씨와 출판사 창해를 상대로 5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소설이 창작의 자유에 속하나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건과 이름 등을 거명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것. 이에 서현우씨는 "당시 안기부의 수사 발표가 엉터리였다는 점에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법정 공방을 벌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시 바그다드에서 서울로 향하던 KAL 858기는 버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감쪽 같이 사라졌으며, 지금까지 시신도 잔해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탑승자는 승무원과 승객을 합해 모두 1백15명. 승객들은 대부분 중동 건설현장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노동자들이었다.

정부는 즉각 현지조사에 나섰고,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2월 1일 바레인을 탈출하려던 용의자 김현희(일본명 하치야 마유미.당시 24세)를 생포했지만 공범인 김승일(하치야 신이치)은 독약 앰풀을 깨물어 자살했다.

폭파사건에 대한 의혹은 대통령선거 바로 전날인 15일 안기부가 김현희를 서울로 압송한 '공교로움'이 부채질했다. 김현희의 압송 장면은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돼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게 의문을 제기하는 쪽의 주장이다. 서씨는 안기부 발표의 석연치 않은 점들을 소설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핵심은 김현희의 진술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당시 안기부는 김현희가 87년 11월 12일 평양을 출발, 모스크바→부다페스트→빈→베오그라드→바그다드→아부다비→바레인으로 이동했다고 발표했으나 그 과정에서 호텔 투숙 등 많은 부분이 실제와 다르다는 주장이다.

한편 국가정보원 측은 소장에서 "당시 김현희의 소지품과 현장 탐문을 통해 그가 북한 공작원임을 확인했다"며 "현재 국정원에 이를 뒷받침할 방대한 관련자 진술과 증거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