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 '백일법문'으로 겨울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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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머리 깎은 스님이나 부처를 믿는 신도나 부처님 말씀을 모르고 있다."

1967년 해인사 초대 방장으로 취임한 성철(1912~93) 스님의 사자후(獅子吼)다.

스님은 그해 겨울 색다른 형태의 동안거(冬安居)를 했다. 화두를 잡고 정진하는 참선 수행 대신 불교를 제대로 공부하자는 뜻에서 1백일 동안 가르침을 펼쳤다. 그 설법을 모아 92년 발간된 책도 '백일법문'이다. 불교의 핵심을 간추린 것으로, 지금도 많은 수행자와 불자들의 지침서로 꼽히고 있다.

스님이 열반에 든 지 올해로 10년, 당시 스님의 깨우침을 오늘의 상황에 맞게 공부하고 토론하는 '백일법문 간경결제(看經結制)'가 29일부터 8주간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지리산 실상사에서 열린다.

36년 전 스님이 불경 공부로 동안거를 대신했듯, 이번엔 후학들이 '백일법문'을 읽으며 겨울을 보낼 계획이다. 스님의 사상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그 실천적 좌표를 모색한다는 취지다.

형식도 흥미롭다. 주제 발표와 집중 토론이 격주로 진행된다. 난상토론을 벌여보겠다는 뜻이다. '성철 스님의 생애와 사상'(해인사 원택 스님), '백일법문에 나타난 중도사상'(팔리원전연구소장 마성 스님), '성철 스님의 선사상'(동국대 교수 혜원 스님.칠불암 주지 월암 스님) 등의 강연이 예정됐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회비는 10만원. 성철넷(www.songchol.net)에선 스님의 백일법문 육성을 들을 수 있다. 02-3676-4060, 063-636-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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