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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3) 경기 군포시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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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주의입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이 재생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지역주의 때문입니다.”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한나라당 탈당파의 일원인 김부겸(45) 열린우리당 의원은 “자유경쟁을 가로막는 이런 재생산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각 당이 공천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신인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현역 의원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번에도 지역주의에 물든 중앙당이 지역주의에 찌든 중진 의원들을 공천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정치 서비스 시장에 독과점 체제가 유지됩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지역 이익의 대변자 노릇을 해 온 것도 극심한 지역주의 탓이라고 강변했다. 결국 국민참여경선이 유일한 출구라고 그는 덧붙였다.

“열린우리당은 100% 국민참여경선으로 당내 경선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물론 상향식 공천이란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공천제도의 민주화 없이는 절대 양질의 정치인, 양질의 정당이 나올 수 없습니다.”

김 의원은 운동권 출신이다. 서울대 재학 시절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등 민주화 투쟁에 적극 나섰던 그는 그 정점이었던 80년 ‘서울의 봄’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사자후를 토했다. 그 후 구속과 제적이 이어진 끝에 12년 만에 대학을 졸업한 그는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을 거쳐 현실 정치에 발을 들여 놓았다. 90년대 초반 민주당 부대변인과 당무기획실 부실장을 지냈고, 1995년 민주당이 분열된 뒤엔 국민통합추진위원회(통추) 조직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과 신한국당의 합당으로 한나라당에 합류한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 경기 군포시에서 출마해 금배지를 달았다.

▶ '뚜벅이 김부겸.'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주로 이용하고 그러다 보니 걷는 일이 많다고 해서 붙은 김부겸 의원의 별명이다. 중앙일보 쪽에서 있었던 인터뷰 날은 택시를 타고 왔다. 국회의원이 빠지기 쉬운 특권의식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그는 등원 첫 날부터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운전직 비서도 두지 않았다. 대신 정책비서를 한 명 더 썼다. 그는 "꼭 내 차로 갈 일이 있으면 손수 운전하고, 정 안 되겠으면 그 때 가서 기사를 둘 생각이었는데 어느 새 4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뚜벅이'는 "이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운전하는 비서를 두고 싶어도 못두게 생겼다"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한나라당 시절 김 의원은 당내 신진의원들의 모임인 ‘미래연대’ 대표를 맡아 소장파 의원들의 리더로 활동했다. 한나라당이 대북송금 특검법을 통과시킬 땐 당론에 반대해 소신 투표를 했다. 결국 한나라당을 떠난 그는 한나라당을 포함해 정치권이 처절한 자기혁신을 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은 항상 옳은가? 국민들의 선택이 실제로 항상 옳은 건 아니죠. 그러나 ‘정치인은 국민들이 옳다고 믿고 국민의 소리에 따라 정치를 해야 한다’는, 규범적 의미에서 국민은 항상 옳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국민들이 그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항상 국민들, 민중이 옳습니다. 아니, 그런 믿음이 없이는 정치를 할 수 없다고 봅니다. 궁극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정해주는 국민이란 잣대가 없다면 정치인이 과연 무엇에 기대어 정치를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을 위한 정치 이른바 민생정치도 국민에 의한 정치,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노무현 신당’에 참여했지만 그는 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이번 17대 총선 결과가 노무현 정부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예단했다.

“지금처럼 혹독한 여소야대의 틀에서는 아마 하느님이 집권해도 어쩔 도리가 없을 거에요. 정치 개혁의 목표와 방향은 제대로 잡혔습니다. 문제는 리더십이에요. 더 유연하고 더 넓은 안목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회·경제적 정책이 개혁정부의 정책이라기엔 지나치게 현상유지적입니다. 당장 재벌 개혁이나 노동·복지 정책이 더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합니다. 한 마디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합니다.”

그는 곧 ‘군포시 발전방향에 대한 연구’라는 종합 정책자료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 자료집에 환경·교통·교육·복지·문화와 관련한 지역 현안에 대한 자신의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우리 정치가 발전하려면 국회의원들이 이제 국민의 대표자 노릇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대 총선에서 한국 정치의 마지막 과제를 이루어 주십시오. 바로 국민통합의 정치입니다. 지역주의에 기생해 몇 십년 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세력 말고 비전과 능력, 참신성을 갖춘 새 사람들에게 꼭 기회를 주십시오.”

김경혜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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