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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백색테러」 공포/「체트니크」그룹 크로아티아인 암살자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연방군 비호아래 폭력 일삼는다” 비난
내전의 위기는 일단 넘긴 것으로 보이는 유고사태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독립인정방법을 둘러싸고 국내외적으로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별다른 상황진전없이 교착국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고사태의 대세와는 상관없이 크로아티아인들은 새로운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다름아닌 대세르비아주의를 내세우며 폭력을 일삼는 세르비아인 극우테러리스트집단 체트니크그룹에 대한 공포다.
체트니크그룹이 테러를 자행한 현장을 가자고 하면 대부분의 택시운전사들은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그곳엔 못간다』며 거부하고 있다.
우는 아이도 『체트니크가 온다』고 말하면 울음을 그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크로아티아인 사이에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체트니크그룹은 세르비아인 우월주의를 내세우며 특히 크로아티아인 암살을 주임무로 하고 있는 비밀결사조직이다.
크로아티아의 독립선언 이후 발생한 경찰서 피습이나 민간인 살상 등은 모두 이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최근 크로아티아내 세르비아인 집단거주지인 세르비아·크로아티아 국경지대의 슬라보니아 지역에서 준동하고 있는데 크로아티아에 투입된 인원은 전체 1천여명의 절반가량인 5백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긴 수염과 검은 모자차림을 하고 있는 이들은 크로아티아인 차량이 지나가면 아무 이유없이 총격을 가하거나 폭탄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특히 체트니크 지도자중 한사람인 셰셸이 최근 TV에 나와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국경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를 폭파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혀 두 공화국 주민들을 극도의 공포에 빠지게 했다.
규모면에서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원전의 피격에 대비,슬로베니아는 원전가동을 중단시킨 채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 사태와 관련,크로아티아인들은 이들이 연방군의 비호를 등에 업고 이같은 폭력을 일삼고 있다며 연방군을 비난하고 있다.
그 증거로 크로아티아정부는 5일 이들로부터 노획한 무기가 대부분 연방군의 무기라고 이를 공개했다. 또 이들중 부상자가 생기면 치안유지를 핑계로 어김없이 연방군이 진입,이들을 데려가 치료하고 있다는 것이 크로아티아측의 주장이다.<자그레브=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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