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건강] 오존주사로 디스크 고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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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은 60대 초반의 K씨는 지난해 "당뇨 합병증인 발 궤양이 악화돼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의 판정을 받았다. "죽으면 죽었지 다리는 자를 수 없다"고 버티던 K씨는 아직 국내에서 공식화되지 않은 오존요법 시술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받았다. 의사는 그에게 직장(直腸)을 통해 오존을 10번 주입했고, 이후 기적처럼 그에게 행운이 따랐다. 상처가 호전돼 다리 절단을 면할 수 있었다.

지난 9월 직장에서 운동을 하다 심한 허리 통증을 느껴 주저앉았던 30대 초반의 S씨도 오존요법의 수혜자. 그는 자기공명영상촬영(MRI)검사 결과 퇴행성 디스크로 진단됐다. 병원에선 수술을 권했으나 젊은 나이에 허리에 칼을 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디스크 치료에 아직 널리 쓰이지 않는 오존 주사를 통증 부위에 맞기로 결심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네 번 오존 주사를 맞은 후 증상이 씻은 듯 사라져 직장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산소 원자 3개로 이뤄진 오존은 잘 쓰면 약(藥), 잘못 쓰면 독인 양면성을 갖고 있다. 지금까진 주로 오존의 유해성이 강조돼 '해롭고 위험한 것'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존 주의보'란 용어가 이 같은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존의 두 얼굴은 단지 농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농도가 높으면 독, 낮으면 약이라는 것.

대한오존협회 권혁한 전 회장은 "앞으로 오존과 친해져야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며 "오존은 살균제부터 암.에이즈 등 불치병 치료까지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유럽.미국에선 이미 1957년부터 오존의 '밝은 면'을 활용, 각종 질병 치료에 적극 이용해 왔다. 일본과 동남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이때 쓰이는 의료용 오존은 의료용 산소에 소량의 오존(0.05~5%)을 섞은 혼합 가스다.

유럽에선 이 의료용 오존을 물이나 올리브유에 녹여 소독약으로 흔히 쓰고 있다. 상처 난 부위에 오존수를 발라주면 통증이 없어지고 빠르게 치유된다. 디스크.퇴행성 관절염.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의 경우 아프고 불편한 부위에 직접 오존 주사를 맞기도 한다.

오존을 온 몸에 주입하기도 한다. 여기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환자의 몸에서 채혈한 피(50~1백㏄)를 담은 병에 오존을 불어 넣은 뒤 다시 환자에게 수혈해주는 것이다(오존 자가 수혈요법).다른 하나는 혈관이 튼실하지 못해 채혈이 어려운 환자에게 적용한다. 환자의 직장에 오존 가스를 불어넣는 직장 주입법이 그것이다.

왜 오존인가=첫째, 오존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회복시킨다. 이로써 환자의 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지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호전된다. 자연히 삶의 질이 높아진다.

가천의대 길병원 이성재 교수는 "암환자가 항암제를 복용하거나 치료용 방사선을 쬐기 전에 오존요법을 받으면 면역 기능이 높아져 구역질.식욕 감퇴 등 항암제의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나 노인에게 오존요법을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노인은 오존요법을 6~10회 받으면 건강이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생활에 활기를 되찾게 된다고 한다.

둘째, 오존은 적혈구의 산소운반 능력을 높여주고 피가 잘 돌게 해준다. 이는 뇌졸중.당뇨성 발 궤양 등 각종 혈관 질환 환자들에게 고무적인 소식이다.

독일에서 뇌졸중으로 운동 능력을 잃은 43명에게 오존 자가수혈요법을 적용했다. 매일 1회씩 며칠 반복한 결과 37명은 운동 능력을 거의 완벽하게 회복했다. 나머지 6명도 웬만한 운동은 가능해졌다. 그 후 이들에 대한 MRI 검사에선 뇌에 흉터가 훨씬 적게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 흐름이 좋지 않고 혈관 재생이 잘 안돼 생기는 당뇨성 발 궤양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독일.이탈리아에서 다리 절단을 권유받은 당뇨병 합병증 환자에게 오존요법을 적용한 결과 50~80%에서 다리 절단을 피할 수 있었다.

셋째, 오존은 강력한 살균력을 지니고 있다. 살균력이 수돗물 살균에 쓰는 염소의 6배에 달한다. 세균.곰팡이는 물론 약으로 없앨 수 없는 바이러스까지 죽인다. 그래서 항생제의 약발이 듣지 않는 잘 낫지 않는 상처에 유효하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박은숙 교수는 "B형.C형 간염 환자에게 오존요법을 적용하면 오존이 바이러스를 죽여 간 손상이 줄어들고 간경화.간암으로 발전될 위험도 감소한다"며 "에이즈.단순 포진.대상 포진 등 바이러스성 질환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고 조언한다.

초기 디스크 환자 85%에서 효과=지난 9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척추학회에선 이탈리아 알베르토 박사가 발표한 오존요법을 활용한 디스크 치료 결과가 주목을 끌었다. 오존을 환자들(1만5천명)의 디스크 내부에 직접 주사한 결과 이중 88%가 치유됐다는 것. 오존이 신경을 압박하는 디스크를 줄여주고 디스크 주변에 생긴 신경독을 해독하는 것이 치료 원리다.

이미 국내에서도 오존을 이용한 허리 디스크 치료가 일부 병.의원에서 시술 중이다. 강남 베드로병원 윤강준 원장은 "2001년부터 지금까지 약 6백명의 디스크 환자에게 오존을 주사했다"며 "이 중 85%가 효험을 봤다"고 전한다.

시술시간은 10분가량이며, 국소 마취로 가능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다. 그러나 도입된 지 오래 되지 않아 효능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또 돌출된 디스크에 의해 신경이 50% 이상 눌려 있거나 척추분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다.

금기 대상도 있다=오존은 호흡기 점막에 독성을 나타내므로 의료용으로 쓰더라도 호흡기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신진대사가 너무 활발한 것이 문제인 갑상선 기능항진증 환자에겐 오존이 금기다. 오존요법이 신진대사를 높이기 때문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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