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평화 위해 무력도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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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국빈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때로는 무력 사용이 중요한 가치를 수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18일 밤 찰스 왕세자의 영접을 받으며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한 부시 대통령은 19일 오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주최 버킹엄궁 환영행사 등 3박4일간의 영국 방문 일정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인근 화이트홀궁 연회장에서 한 외교정책 연설에서 국제 평화와 민주주의.다원주의 등이 평화와 안보 증진을 위한 세 기둥이라고 말했다.

이들 세 기둥은 효율적인 다자주의, 평화와 가치 수호를 위한 무력 사용의 불가피성, 그리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민주주의 가치의 전파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AP.AFP 등이 사전 배포된 연설문 내용을 인용해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먼저 "역사는 평화와 가치 수호를 위해 때로는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그는 이어 "이슬람을 믿는 중동사람들이 민주주의적 발전을 추구할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민주주의에는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럽 반전국들을 겨냥, "선진 민주국가들은 안보와 번영을 위해 이들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다자주의'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우방국들이 합의해 탄생한 국제기구들은 오늘날의 도전들에 대처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은 국제기구와 동맹이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20일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이라크전 상황과 중동 평화,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 다음날인 21일 블레어 총리 부부와 함께 총리의 지역구인 잉글랜드 북부 세지필드를 방문할 계획이다.

한편 공식 환영행사가 열린 버킹엄궁 주변 화이트홀 지역은 경찰 1만명으로 완전히 봉쇄됐다. 부시가 도착한 18일 이미 8백명의 시위대가 버킹엄궁 외곽에서 반전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또 핵무기무장해제운동(CND).전쟁중단동맹 등 영국의 반전단체들은 20일 트라팔가 광장 등지에서 10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스톱 부시'행진을 벌일 예정이어서 영국 정부는 초긴장 상태다.

리즈 허친스 CND 대변인은 "20일 행진 도중 지난 4월 9일 미군이 바그다드의 사담 후세인상을 넘어뜨린 것을 풍자해 거대한 부시상을 넘어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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