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예정지 현장을 가다] 1. 종로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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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18일 뉴타운 12곳.균형발전촉진지구 5곳을 지정하면서 '강북 리모델링 사업'의 시동이 걸렸다. 시는 ▶개발의 시급성▶개발계획의 적정성▶권역별.지역 간 형평성▶자치구와 주민의 추진의지 등을 따져 우선적으로 지원할 5곳을 내년 9월까지 선정할 계획이다. 뉴타운들은 어떤 특색을 내세우고 있는지, 걸림돌은 무엇인지, 주민의 반응은 어떤지 현장을 점검하는 시리즈를 싣는다.[편집자]

"월세가 주수입인데 집 허물고 50평 아파트에 들어가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남동. 낮은 층수의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전형적인 구시가지 모습인 이곳에서 만난 다세대주택 소유주 류재만(56.종로구 홍파동)씨의 첫 마디는 주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는 "대부분 건물주가 세입자 보증금을 받아 이사나가는 사람에게 주는 식으로 돌려막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뉴타운 공사 시작하면 세입자들에게 보증금 돌려주기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교남 뉴타운은 5호선 서대문전철역에서 독립문 네거리까지 이르는 의주로의 오른쪽 일대 6만9천여평에 걸쳐 있다.

행정동명은 교남동이지만 법정동명은 교남.교북.홍파.송월.평동 등으로 불린다. 시가 구분한 뉴타운 유형은 도심형. 도심 및 인근 지역에 주거.상업.업무 기능을 복합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건물주.세입자 모두 걱정"=18일 2차 뉴타운 예정지로 지정됐지만 이곳 주민들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아 보였다. 세입자도 건물주도 앞으로 바뀔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 지역 건물주 대부분은 월세가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귀띔이다. 건물주들은 뉴타운 개발이 시작되면 자신의 집이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월세를 받을 수 없게 될까봐 걱정했다.

토박이라고 밝힌 김계철(55.종로구 송월동)씨는 "토박이 대부분이 동네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돈주며 개발한다고 해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입자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월세로 산다는 최모(39.여)씨는 "세입자는 개발한다고 좋을 게 없지 않으냐"며 "또 이사가야 하나"라고 걱정했다.

◇부동산 가격 올랐지만 거래 없어=이 지역 부동산 거래는 현재 전무한 상태다. 뉴타운 지정이 예상된다는 소문이 돌아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2년 전 평당 7백만~8백만원 하던 일반 주택이 지금은 두 배 이상으로 오른 평당 1천5백만~2천만원 수준이다.

부동산중개업소 이모(52)중개사는 "2~3개월 전부터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 파리를 날리고 있다"며 "거래가 완전히 끊겨 가격을 예상하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자는 "어느 세월에 개발되겠느냐"며 "임대료 받던 사람들은 더 많은 이익이 나지 않으면 개발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빠진 종로구=종로구청 도시계획과 이명의(李明儀)과장은 일부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개발 후 전체 자산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을 간과해 나온 반응"이라며 "뉴타운이라고 무조건 아파트만 짓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계획만 수립되면 주민 홍보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李과장은 향후 일정에 대해 "시에서 2억5천만원의 개발 연구 용역비를 받아 내년 초 용역을 주고 세부 계획을 짤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뉴타운 지역에 포함된 스위스 대사관(종로구 송월동 32의10)에 대해 李과장은 "뉴타운이 완성돼도 대사관은 현 위치에 그대로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앞으로 대사관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동기 기자<minkiki@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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