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코리아텐더 '아쉬운 고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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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원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고별전을 치르고 나니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군요. "

프로농구 코리아텐더의 플레잉 코치 김용식은 18일 전자랜드와의 부천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려다 "수고했다"는 지인들의 인사를 받고 눈시울을 붉혔다. 1997년 원년 시즌 나산 멤버로 출발한 창업공신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선수가 김용식이다. 전날 팀의 주인이 KTF로 바뀌었고, 이날은 김용식과 후배들이 '코리아텐더'라는 이름으로 뛴 마지막 날이었다. 98년 인터넷 벤처기업 골드뱅크가 나산을 인수, 골드뱅크라는 새 이름으로 프로농구에 참여한 지도 5년여 만의 일이었다.

멀고도 거친 항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듯 힘겨운 격전이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전자랜드에 71-72로 진 코리아텐더는 올시즌 3승9패, 통산 전적 94승1백21패라는 기록을 남기고 프로무대에서 퇴장했다.

모기업의 거듭되는 경영난으로 수차례 해체 위기를 겪으면서 '헝그리 구단'이란 애칭 아닌 애칭으로 불리며 버텨온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주요 선수가 모두 신세대로 바뀐 이제 플레잉 코치 김용식 외에는 그 힘겨운 시간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지난 시즌 돌풍의 주역 황진원은 "착잡할 뿐"이라며 지친 듯한 미소를 지었다.

끈질긴 생명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코리아텐더는 끝까지 버티며 전자랜드를 질리게 만들었다. 전자랜드의 앨버트 화이트(28득점)를 막지 못해 4쿼터 2분30초쯤 53-70으로 뒤졌으나 드라마는 계속됐다. 아비 스토리(13득점)와 진경석(6득점)의 슛으로 추격, 경기 종료 30초 전 71-72로 따라붙더니 종료 1초를 남기고 현주엽(8득점)이 2개의 자유투를 얻었다. 2개를 넣으면 역전승, 하나만 성공해도 연장전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현주엽은 2개를 모두 실패, 유종의 미를 거두려던 코리아텐더의 희망이 사라졌다.

코리아텐더는 오는 22일 부산 홈경기부터 'KTF 프로농구단'이라는 새 이름을 유니폼에 새긴 채 시즌을 계속한다.

부천=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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