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도 통일지원 약속/노 대통령 미·가 순방 결산 기자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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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의 자존심 안건드리며 교류 확대/시장개방 압력없이 “노력” 원칙만 거론
노태우 대통령은 5일 오전(한국시간 5일 밤) 오타와를 떠나 귀로에 오르기전 숙소인 캐나다 총독관저에서 수행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캐나다 방문을 결산했다. 다음은 1문1답 요지.
­이번 순방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본국에서 출발하기전 구상하고 계획했던 것 그대로 목적이 달성됐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돼가는 상황에서 동북아의 안보를 위시해 한반도의 안정,통일과 번영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비단 미국·캐나다에서 뿐 아니라 모스크바와 제주에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나눈 대화의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노력이 아­태지역에 집중되지 않아 이른바 「공백」상태가 됐을때 일어난 불행한 일들을 역사에서 교훈으로 겪은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확인해야겠다 싶어 부시 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를 중심으로한 내 생각을 솔직히 얘기했고 부시 대통령도 전적으로 동감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나아가 한국의 평화와 통일이 앞으로 동북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며 이를 위해 미국은 더욱 긴밀히 협조·지원해 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한국이 주도하고,미국은 한국의 통일방안에 전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밖의 회담내용을 설명해 주십시오.
『국내 정치인과 언론 일부에서는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미국이 경제개방압력을 덮어씌울 것 아니냐고 염려했는데 정상회담에서는 그런 구체적인 얘기들을 하지 않았습니다.
단독회담에서는 전혀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확대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얘기가 한마디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농업구조개선 문제는 하루속히 성공됐으면 한다는 희망과 그런 기초위에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도 성공리에 타결되기 바란다는 원칙적인 얘기였습니다.』
­캐나다방문 결과는.
『동북아와 아­태지역의 새질서 형성과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가는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양국간 경제협력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에 모두 만족했습니다. 캐나다측은 우리 기업이 투자를 보다 늘려줄 것을 원했습니다.』
­이번 방미가 본격적인 통일외교의 시작이라는 느낌인데,부시 대통령과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요.
『부시 대통령과는 세세하고 구체적인 부분까지 얘기할 필요가 없었지요. 통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우리 사정에 달려있습니다. 독일식 통일이 될지,우리의 모델이 새로 생길지는 사정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우리에게 맞는 방식의 통일이 돼야 하겠지요.』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결과를 보면 독일식 흡수통합방식이 되지 않겠느냐는 느낌이 드는데요.,
『앞으로의 통일전략에 대한 내구상의 핵심은 불행한 과정을 겪는 통일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내구상이 이렇다 저렇다 하고 밝힐 수는 없습니다.』
­「통일한국」의 모습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십니까.
『아직 남북간에 마음을 주고 받는 단계가 아닙니다. 관계개선이 급선무예요.』
­대북 경제정책의 전환을 시도할 의향은 없으신지요.
『새로운 구상이라기 보다는 통일을 위한 협력방안으로 그동안 여러가지가 구상됐습니다.
문제는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무엇 하나 도와준다고 떠들어 자존심을 상하게 해놓으면 받고 싶은들 받을 수 있겠어요. 특히 우리 언론이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통일을 앞당길 수 있도록 보다 획기적인 대북 정책을 강구할 용의는 없으신지요.
『구상이 있지요. 앞으로 하나 하나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쌀문제만 해도 그래요. 얼마전까지만해도 우리의 방법이 그리 좋지못해 북한이 받지 않았지만 종교·민간계통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시작하니 벌써 길이 트이지 않았습니까.
북한의 경우 현재 경제파탄·외교적 고립·권력승계 등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고 해외에 나가 세계의 물결을 아는 식자들이 거의 북한으로 소환됐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자체내의 변화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고 대북 제의를 해 역작용을 일으키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됩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포기와 주한미군의 핵철수를 연계시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적지않습니다만….
『그건 국내외 일부학자의 얘기지 당국자 생각은 그렇지 않아요. 소련·중국·일본 어느나라가 그런 얘기를 합니까. 유독 북한만이 그런 조건을 붙이고 있으나 모든 나라가 공감을 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북한이 핵과 관련한 국제적 요구를 전면 수용할 경우 미­북한 관계개선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말씀하셨는데요.
『그것은 앞으로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문제입니다.
통일로 나가는 주도적 역할은 우리가 맡아야 합니다. 미국도 우리를 제외하고 북한과 직접 접촉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우리의 북방정책과 통일정책 모두를 미국이 지지하고 돕겠다는 것이지 미국이 「우리가 이렇게 할테니 한국은 따라오라」는 식은 있을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11월 아­태각료회의(APEC) 서울총회에서는 APEC를 중심으로한 아­태지역 공동협력체 창설문제를 강력히 추진할 생각이신지요.
『물론입니다. 다행히 APEC에는 동북아와 아세안·미주국가 등이 망라돼있어 11월 서울총회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제기될 것인만큼 어떻게 이를 바람직하게 처리해 나갈 것인가 연구해야지요.
­APEC 사무국 설치를 추진할 의향이 있습니까.
『실무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벤쿠버=김현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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