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 '한국의 개혁 끝나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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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쓴 글을 볼 때마다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한국 실정을 얼마나 알고 썼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적지 않지만.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서울특파원이 쓴 이 책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상황을 일본인의 시각에서 보고 있다. 저자는 한국이 외환위기에 직면해 대담하게 개혁을 추진하면서 위기극복의 길을 걷는 과정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나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의 모델일 수는 없지만,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이 배워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한국의 기업경영 스타일이 완전히 바뀐데 대해 놀라고 있다. 삼성의 권한 위양, 30대 여성지점장의 탄생, 현대중공업의 오전 6시30분 조식회의 등을 바뀐 경영현장의 모습으로 꼽고 있다.

또 일본이 반도체 투자를 줄일 때 삼성전자는 선택과 집중이란 전략 아래 인원과 다른 분야의 투자를 극도로 줄이면서도 반도체 부문에 과감히 투자, 세계시장을 차지했다고 칭찬한다. 이와 함께 많은 일본기업이 기술 개발력과 생산기술, 브랜드 파워 등에서 여전히 삼성전자를 능가하고 있지만 매니지먼트(기업경영)가 그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는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더욱 치열한 경쟁사회'가 됐다는 게 저자의 관찰 결과다. 출신 학교, 출신 지역, 유력자와의 인척 관계라는 출세의 3대 조건이나 연공서열은 이제 상당부분 사라졌고, 상위 5%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는 대신 하위 5%는 항상 도태되는 '5% 룰'이 지배하는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의 이상 교육열풍, 높아지는 스트레스 지수 등에 대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먼저 출간된 뒤 한국어로 번역된 때문인지 인명.회사 명칭 등이 일부 틀리게 돼 있어 눈에 거슬린다.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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