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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세계바둑오픈' - 조치훈에게 숨겨둔 독침이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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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10보 (151~163)]
白.曺薰鉉 9단 黑.趙治勳 9단

검토실의 비명소리를 조치훈9단도 들었을까. 대국장과 검토실은 층이 다르다. 들릴리 없다. 조치훈9단이 하필 그 시점에서 패를 불청해버렸기에 해본 소리다. 151. 이렇게 꽉 잇자 좌변 백집이 무너지면서 백돌 6점이 잡혔다. 그래도 하변 흑이 '참고도' 백1로 잡힌다면 흑의 손해가 더 큰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전보에서 말한대로 흑에도 상변을 2로 젖히는 수가 있다. 백3엔 흑4의 이음. 5엔 6으로 막고 7로 끊어 패가 된다. 그러나 이 패는 흑이 만패불청하면 그만이다.

백이 모조리 잡히는 패라서 어디에 패를 써도 흑은 받지 않는다.151을 보는 순간 조훈현9단도 낌새를 알아챘다. '참고도'의 수순을 확인하며 피가 역류하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초에 몰리는 와중에서도 그는 152의 임기응변을 찾아냈다. 하변이 살아가면 A로 끊는다.

조치훈은 153을 선수한 다음 155로 받아 확실하게 연결한다. 조훈현은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낀다. 하변이 잡히는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상대의 태도가 너무 고분고분한 것이다.

그래도 백은 더 머뭇거릴 수 없다. 좌변이 쑥대밭이 된 이상 하변을 잡고봐야 한다. 156에 두어 하변 사망. 이제 흑에 B로 나오는 수단이 없다면 바둑은 백승이다. 긴장의 시간이 이어지더니 조치훈9단이 163에 슬그머니 붙였다. 이 수가 숨겨둔 독침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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