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CEO] 롤프 클라슨 BHC 회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롤프 클라슨 바이엘 헬스 케어(BHC)회장을 독일 라인강 동부 쾰른과 뒤셀도르프 사이에 위치한 레버쿠젠의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자연스럽게 이 회사의 대표작인 아스피린으로 대화가 시작됐다.

-지금도 아스피린은 새로운 약효가 계속 밝혀지고 있는데.

"아스피린은 바이엘을 전 세계에 3백50여개 자회사를 두고 12만3천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거대 기업으로 키운 원동력이다. 그러나 아스피린의 미래는 이제부터다. 심장발작.협심증.뇌졸중 발생 위험을 크게 줄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85년 심장마비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이 약을 권했다. 최근엔 항공기 등에서 장시간 앉아 있을 때 생기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당뇨 합병증.각종 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그 덕에 지난해 아스피린은 모두 5억8천9백유로의 매출을 기록, 우리 회사 제품 중 3위를 기록했다."

-최근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 레비트라의 전략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도 전 세계 발기부전 남성의 80%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는 레비트라를 환자와 의사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적인 제약회사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GSK)과 힘을 합치고 있다."

-아스피린.레비트라 외에 어떤 약이 있나.

"항생제.항암제.심혈관계 약이 있다. 시푸로.아벨록스 등은 항생제 분야에서 세계 3위다. 지난해 이 분야 세계 10위 내 회사 중 유일하게 성장을 기록했다. 항암제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바이엘에서 노벨상을 탄 개발자가 있나.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설파제 개발자 게하르트 도막 박사가 1939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설파제는 화농성 뇌막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75%에서 10%로 낮췄다. 그러나 아스피린을 탄생시킨 펠릭스 호프만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최근 제약 산업은 하향 곡선을 그린다. 그 이유와 향후 전망은.

"제약 산업의 매출 감소는 지난해 미국 시장의 저성장에 기인한다. 또 혁신적인 신약이 나오지 않은 데다 지난 해로 특허권이 만료된 글루코파지.로섹.오구멘틴 등의 판매 감소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내 경험으로 말한다면 제약 산업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전 세계의 제약 시장은 현재 3천5백30억유로에서 2005년에는 4천7백50억유로로 연간 10. 5%의 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 시장의 매력은 무엇인가.

"한국의 시장 가치는 33억유로쯤으로 평가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현재 일본에 집중되고 있는 BHC의 연구비를 한국으로 일부 돌릴 의향은 없는가.

"당분간은 계획이 없다."

-신약 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지난해 바이엘 전체의 연구.개발비 중 55%(14억유로)를 우리 회사가 썼다. 이는 의약품 매출액의 약 15%에 달하는 금액이다. 우리는 효율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 유전체학.생물 정보학.초고속 검색기술 등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또 우리 자체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밀레니엄.라이온 바이오사이언스 .큐라젠 등 외부 생명공학 벤처 회사들의 노하우를 적극 수용,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인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열정, 끊임없는 연구가 바로 회사의 힘이다. 업무실적.개인면담 등을 통해 매년 모든 직원의 능력을 평가한 뒤 보너스 지급액에 차등을 두고 있다. 이 보상 시스템은 한국 등 해외지사 직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마케팅.영업코스(36개월)와 회계관련 코스(18개월)며 교육기간 중 신입사원들은 여러 직책을 경험하며 회사와 업무에 대한 이해는 물론 미래의 관리직으로서 경쟁력도 키우게 된다."

독일 레버쿠젠=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