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선 기자의 새만금 이야기] 철새의 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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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의 낙원
새만금 갯벌은 철새들의 낙원이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새만금 지역 갯벌을 무대로 살아가는 철새는 대략 19만 3,000마리로 한반도 전체 개체수의 1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철새들은 계절을 따라 지구를 무대로 살아가는 새이다.

새만금 지역의 대표적인 철새로는 도요새ㆍ저어새ㆍ물떼새ㆍ노랑부리백로ㆍ흑기러기 등 60여종에 이른다.

수많은 철새들 중 새만금의 고객은 단연 도요새를 꼽는다. 도요새는 시베리아에서 알을 부화하고 새끼를 키운 뒤 한국을 거쳐 호주 뉴질랜드 등의 나라로 떠난다.

새들 중 아마도 가장 이동 경로가 큰 새일 것이다. 그래서 도요새에게는 이동하는 경로에 따라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수 만 키로의 거리를 한 번에 날아갈 수 없어 도요새는 중간 기착지를 찾아 든다. 중간 기착지에서 도요새들은 고단한 날개를 접고 영양과 휴식을 취한 뒤 목적지를 향해 떠난다.

도요새들에게 서해안 연안 지역에 흩어져 있는 갯벌은 식량창고인 것이다. 특히 새만금 지역은 하구 갯벌의 다양한 생태계가 분포해 도요새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새만금 지역의 드넓은 갯벌과 염전은 철새들에게 정거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시베리아에서 번식한 도요새는 호주나 뉴질랜드 등지로 가다가 잠시 머무는 곳이다.

군산시 옥구읍 어은리 마을인근 갯벌과 염전에는 9-10월 사이에는 도요새들의 천국으로 변한다. 염전에 앉아 있던 수 천 마리의 도요새떼들이 소금창고를 배경으로 일제히 날아올라 군무를 펼친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회오리바람을 몰고 오는 것처럼 소란스런 비행을 한다.

자리를 박차고 날아오른 새들은 공중선회를 하며 자시들이 머문 자리를 몇 차례 확인한 다음 갯벌로 먹이 감을 찾으러 떠난다. 아마도 다른 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행동으로 보여진다. 해질 무렵 도요새들은 먹이 감을 찾으러 갯벌로 날아간다.

서해안을 거쳐 가는 도요새의 수는 줄잡아 100만 마리쯤으로 하루 수만 마리의 바다 생물을 먹어 치운다고 한다.

새만금의 생태변화와 함께 이 지역을 찾는 도요새의 개체수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공사가 완공되면 더 이상 도요새의 군무를 지켜보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다.

간척 사업을 담당한 농업기반공사의 설명대로 새만금 갯벌이 간척지가 돼 농지로 바뀔 경우 지금 보다 더 많은 철새들이 날아든다고 하는 주장이 거짓이 아니길 바란다.

사진.글=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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