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 생명존중심 키워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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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시 교육청산하 서울과학교육원의 홍순길교사(42)는 배추흰나비를 8년간 연구, 지금은 각 국민학교에 나비 알을 분양해주는 나비전문가다.
국민학교 3학년 자연교과서에는 배추흰나비의 알이 애벌레→번데기→나비로 변하는 나비일생을 관찰하는 과정이 들어있으나 그림·비디오 테이프로 대신하는 것이 상례였다.
나비 알이 1·5㎜정도로 작아 알아보기도,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변태가 새벽에 이뤄져 수업시간에 관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홍교사는 실제로 변태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고 지난해부터 나비알 분양을 시작, 올해엔 서울 시내50개 국민학교에 나비 알이 담긴 2백여 개의 케일화분을 나눠주었다.
그는『싱그러운 번데기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직접 보면 생명에 대한 외경과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싹트게 된다』면서『생물을 직접 관찰하는 것은 도시 생활에서 메마르기 쉬운 어린이들의 정서를 부드럽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배추흰나비를 연구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83년 서울 상도국민학교 3학년담임을 맡고있을 때다.
『5월29일 1교시 시작직후 교실에 놓아둔 화분에서 배추흰나비 번데기가 학생들의 눈앞에서 허물을 벗고 나비로 변해 나오는 것이었어요. 숨을 죽이고 둘러서서 이 과정을 목격한 학생들이 몇 시간이 지나도록 그 신기함을 얘기하며 흥분해있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비는 이른 아침 번데기에서 허물을 벗는 것이 상례지만 이날의 번데기는 이례적으로 아침9시가 넘어서 허물을 벗었던 것. 홍교사는 이때부터 집에 케일·무 화분을 놓아두고 번데기를 채집, 나비를 부화시키고 알을 낳게 해 습성을 꾸준히 관찰했다.
이른 아침이 아닌 수업시간에 번데기가 허물을 벗도록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번데기의 날개 쪽에 검은 점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수업하기 두시간 전쯤 꺼내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활동을 중지하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71년부터 국교교사를 시작, 88년 서울 과학교육원 정보자료 부로 전근한 그는 지난해 10월 전국과학전람회에 이 연구결과를 발표, 특상을 받았다.
『국교교사들이 끈기를 갖고 한 분야씩만 연구해내면 우리가 선진국보다 뒤떨어진 과학부분도 앞서갈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13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수초(물풀)30여 종을 어항에서 키우며 연구하고 있다. <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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