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원 규모 무역자동화사업/수주전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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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95년까지 해외지사 포괄 정보망 구축/건의안 백지화 로비설 무성/시범용시스팀 소프트웨어 최대관심
통신위성사업과 함께 단일물량으로 국내 최대시장이 될 종합무역자동화사업을 놓고 정보통신업체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95년까지 공공부문 1천억원,민간부문 1천5백억원대의 규모인 무역자동화사업은 3단계로 나누어 우선 올해말까지 수도권을 대상으로 시범운용에 들어가 95년에는 전세계에 퍼져 있는 무역회사 해외지사에까지 무역정보서비스망을 구축하게 된다.
종합무역자동화는 무역에 관련된 통관·인허가·보험·수송업무처리를 서류대신 정보통신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업무처리기간이 현재 20일에서 2∼3일로 대폭 단축된다.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올해 시범운용시스팀에 어느 회사의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채택되느냐의 여부.
시범운용 시스팀 발주액은 77억원에 불과하지만 시범기종으로 채택될 경우 나머지 2천5백억원대의 사업에 선점권을 가질 수 있어 업계로서는 필사적인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사업주체인 종합무역자동화추진단(상공부 산하기관)은 원래 6월말까지 시범시스팀공급업체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늦추면서까지 기종선택을 미루고 있고 이 과정에서 업계의 로비설 등 잇따른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범사업시스팀은 주전산기 부문·메시징시스팀·전자정보교환(EDI) 소프트웨어 등 세부문으로 나눠 각각 전문업체를 선정해 전체시스팀의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돼있다.
이에 따라 자동화사업추진단은 지난해부터 공급업체 선정에 들어가 10개월에 걸친 검토끝에 주전산기는 한국컴퓨터(미 탄뎀사 국내 공급대리점),메시징시스팀은 한국전자계산(미 타임네트사 국내 공급업체),EDI소프트웨어는 중소기업체인 동진정보통신으로 기종을 결정했다.
추진단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평가단의 다섯차례에 걸친 자문을 받아 공급업체 선정을 마무리짓고 지난달 12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무역협회회장단으로 구성된 무역자동화추진준비위(위원장 박용학 무역협회장)에 결정안을 제출했다.
실무진과 자문평가단은 『시스팀 선정과정에서 ▲독점적 지배업체 배제 ▲24시간 중단없는 서비스 가능여부 ▲타기관의 정보시스팀과의 접속가능 여부 ▲외국 무역자동화 사례 등을 종합검토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세차례에 걸친 경쟁으로 공급가격도 시스팀별로 8.3∼22.1%가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업체는 주전산기분야의 한국IBM,소프트웨어 분야의 포스데이타 등 17개 업체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자동화추진준비위는 이같은 건의를 받은지 이틀만인 지난달 14일 건의안을 백지화하고 돌연 시스팀 선정소위원회와 27일에는 그 산하에 기술심사소위를 잇따라 구성해 『이 소위에 시스팀 선정을 위임하겠다』고 나섬으로써 로비설이 나도는등 진통을 겪고 있다.
또 그동안 진행해온 부문별 업체선정대신 주전산기 공급업체가 각각 메시징시스팀·EDI소프트웨어 업체를 자체선정해 일괄적으로 제안설명을 하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준비위는 이에 대해 『무역자동화사업이 중대사안인 만큼 일정을 다소 미루더라도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준비위의 방향급선회의 진짜 속셈이 무엇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시 한번 경쟁을 통해 공급가격을 더 낮추겠다는 의미로 풀이하는 쪽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업체간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특정업체의 로비설등이 계속 퍼지는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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