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는 경찰을 놓아주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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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무부장관의 경찰에 대한 지휘 및 감독의 범위를 둘러싸고 내무부와 경찰간에 첨예한 의견대립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행정의 일관성 문제,현행법의 해석문제등 여러가지 측면이 개재될 수 있으나 크게 보면 결국 한가지 문제로 귀착되는 것이라고 본다. 즉 앞으로 경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향할 것이냐,아니냐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의 현실상 경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지향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모르되 그것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실현돼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번 논란에 대한 판단은 간단해질 수 있다. 내무부가 새로 마련한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은 그러한 목표에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애초에 경찰청의 독립안이 왜 제기되었는가. 단순히 경찰의 기구가 너무 작고 경찰총수가 지나치게 내무부장관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었는가. 그것은 아니었다.
법제정과정에서 경찰청 독립의 원래목적이 상실되어버린 것은 사실이나 경찰청의 독립문제가 제기된 것은 기구확대나 경찰총수의 권한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분명히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것이었다. 정부도 경찰법을 개정하면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보장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했지 그것이 지향해야할 목표임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현행법의 테두리안에서나마 경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내무부는 경찰의 권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시책에도 반하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가 있을지 모른다고 우려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근심일 것이다. 현재 경찰청장은 내무부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이는 경찰청장이 내무부장관의 지휘와 감독권을 벗어난 행위를 할 경우에는 얼마든지 인사로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총경이상 간부의 경우에는 그 인사때 경찰청장이 내무부장관의 사전승인을 받게 되어 있다. 일반업무에 있어서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법령개정이 필요한 중요사항은 사전보고를 아니하려야 아니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것으로 지휘 및 감독은 충분한 것이 아닌가.
내무부장관의 권한은 또 이것만도 아니다. 새로 설치된 경찰위원회의 위원임명때도 대통령에 대한 제청권을 가지고 있다. 현재로도 이중 삼중으로 지휘·감독과 견제의 수단이 확보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내무부와 경찰간의 의견대립이 단순히 영역싸움에 그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무부도 경찰도 이 기회에 국민이 바라는 경찰의 성격과 위상이 어떠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깊이있게 검토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비록 현실적으로는 실시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장차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 불가피하다면 이제부터 그 기반을 다져나가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문제를 논의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우리가 내무부의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의 강화에 이견을 갖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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