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달력에 이승엽이 '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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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31)이 요미우리의 간판으로 우뚝 섰다. 요미우리 4번타자. 일본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 등극에 이어 마케팅에서도 맨 앞에 섰다.

요미우리는 최근 2007년 팀 캘린더를 제작했다. 표지 중심에는 홈런타구를 당당하게 바라보는 이승엽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좌우로 다카하시·우에하라·아베·니오카의 얼굴이 배치돼 있다.
또 월별 속지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승엽은 시범경기가 시작되고 리그 개막전이 열리는 3월 표지모델로 나섰다. 야구팬의 한 해가 시작되는 3월 달력에 이승엽이 홈런을 치고 다이아몬드를 도는 뒷모습이 보인다. 다카하시는 2월. 니오카는 5월. 아베는 7월. 우에하라는 9월 모델이다.


입단 2년째를 맞은 외국인선수를 팀의 얼굴로 내세운 것은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요미우리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다. 이승엽의 기량뿐만 아니라 상품성도 최고로 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요미우리 마케팅의 핵심은 5년 이상 뛴 토종선수들이었다. 도쿄돔의 요미우리 매장에는 여러 선수들의 이름과 배번이 담긴 기념품이 있지만. 고가 상품에는 다카하시·우에하라 등 마케팅 에이스만 찾을 수 있다. 이들의 이름을 걸어 놔야 팔리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단번에 이들을 제쳤다.

요미우리는 이승엽과 최대 4년간 계약하면서 팀의 전설로 남은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보다 많은 연봉(6억5000만엔~7억5000만엔)을 줬다. 지난해 홈런 2위(41홈개) 타율 2위(0.323) 타점 4위(108개)로 눈부신 성적을 올린 데다. 부상병동이었던 팀에서 무릎 통증을 참고 고군분투한 공로를 높이 인정받은 것이다.

요미우리는 이승엽을 최고연봉으로 예우한 동시에 마케팅에서도 팀의 얼굴이라는 명예까지 수여했다. 이승엽이 일본인들에게 요미우리 토종선수 못잖은 인기를 얻고 있고. 재일교포들의 구매 수요까지 가지고 있는 점도 계산에 넣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요미우리는 과거 정민태·정민철·조성민 등이 출전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피눈물을 흘린 ‘한국인의 무덤’이었다. 그러나 주전자리를 꿰차기 위해 제발로 무덤으로 걸어 들어간 이승엽은 입단 1년 만에 팀 중심으로 오롯하게 섰다.

김식 기자 [seek@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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