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다 빙산녹듯 북한도 변할것”/노 대통령 워싱턴 도착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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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항에 1천여교민 환영출영/일일이 악수하며 “마음 든든하다”격려
○2박3일 일정시작
○…노태우 대통령은 1일 오후(한국시간 2일 오전 6시)워싱턴 근교 앤드루스 미 공군기지에 도착,2박3일의 워싱턴 방문일정을 시작.
노대통령 내외가 도착한 앤드루스 공항에는 교민 1천여명이 나와 플래카드와 피킷 등을 들고 환호성을 올리며 환영.
노대통령의 해외순방에서 환영교민이 이처럼 많기는 처음.
노대통령은 트랩밑에 대기하고 있던 빅스 워싱턴지구 공군사령관,그레그 주한대사,솔로몬 국무부 아태담당차관보,앤더슨 부차관보등 미국측 인사와 현홍주 주미대사등으로부터 영접을 받았고,이때 교민 남녀 어린이가 각각 노대통령과 부인 김옥숙 여사에게 화환을 증정.
이날 오후 5시쯤 대한항공 특별기가 공항에 도착한 직후,노대통령내외가 리드 백악관 의전장의 기상영접을 받고 트랩을 내려오면서 교민들을 향해 손을 번쩍 치켜들자 교민들은 일제히 환호성.
○인척과 뜻밖의 해후
○…노대통령내외가 양측 인사들로부터 영접을 받는동안 2백여m 떨어진 환영대에서 계속 환호성이 터지자 노대통령 내외는 환영대쪽으로 걸어가 교민들과 일일이 악수로 인사를 나눴는데,이 바람에 공항출발예정시간이 15분간이나 지연. 교민들은 『대통령 각하만세』『미국방문을 환영합니다』라며 앞다퉈 노대통령과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어 한미양측 경호원들은 진땀.
노대통령은 교민대열 끝부분쯤에서 환영나온 인척과 뜻밖의 해후.
이에 앞서 노대통령내외는 이날 오전 9시20분(한국시간 2일 오전 1시20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출발,방미 첫 일정을 마쳤는데 이날 공항에는 애그노스 샌프란시스코 시장내외,벡텔회장내외,교민대표들이 나와 환송.
○교민초청 만찬 참석
○…옴니쇼람호텔 리젠시 볼룸에서 있은 교민초청 만찬에는 현홍주 주미대사,최광수 현지교민회장등 1천여명이 참석했는데 저녁 7시 정각 노대통령은 만찬장에 들어서 교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
노대통령은 모임벽두 오석봉 전 현지한인회장(61)및 태권도 사범 이준구씨등과 잠시 환담.
이어 노대통령은 최근 「민족의 요람속에」라는 책을 펴낸 김영훈 목사(51)를 찾아 『청와대까지 보내주신 책을 잘 받았습니다』고 했고 김목사는 『얼마전 소련·중국·몽골등지를 돌아보며 역시 우리 한국이 자랑스럽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고 인사.
노대통령은 미 연방정부로부터 올봄 최고교육자상을 받은 고방실 교사(여·43)를 격려했는데 고교사는 『우리 한인 2세들은 공부를 너무 잘해 부모님들 보다 오히려 더 국위를 떨칩니다』고 소개.
노대통령은 또 뉴욕한인회장 변종덕씨(52),전메릴랜드 한인회장 이항승씨(60)등과도 일일이 안부인사를 나누었고 특히 이씨에게는 『지난해 내가 7·20민족대교류선언을 했을때 북미주에서 처음 지지성명을 내주어 고맙게 기억하고 있습니다』고 언급.
○“국빈방문 뜻깊다”
○…노대통령 일행을 맞아 환영사를 맡은 최광수 현지교민회장은 『이번 노대통령의 방문은 특히 6·29 4주년을 맞아 스테이트 비지트(국빈방문)로 이루어져 더욱 뜻깊다』고 의미를 부여.
최회장은 『우리 외교의 승리로 유엔동시가입이 이루어지게 된 것은 미주교포에겐 더욱 값진 것』이라며 『일본 교포들처럼 2세들까지 좌우로 갈라서는 고통을 받지 않게되어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고 피력.
노대통령은 격려사를 통해 『미국에 1백30만명에 달하는 번영하는 한인사회가 있다는 건 마음 든든한 일이며 특히 세계의 심장부에서 기반을 닦은 여러분들이야 말로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이라고 말하고 이번 방미와 한미정상회담 배경을 설명.
노대통령은 교민들의 잇단 박수답례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연단을 치며 『북한은 변화할 것이며 봄바다에 떠 있는 빙산은 녹기 마련』이라고 힘주어 강조.<워싱턴=문창극·김현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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