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야간 점호 '순검'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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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해병대가 오랜 전통 중 하나인 야간점호 '순검'을 없앴다가 예비역들의 강한 반발에 밀려 폐지 방침을 번복했다.

해병대사령부는 24일 해병대의 군기를 상징했던 '순검'을 병영문화개선 차원에서 지난해 '자율형 점호'로 바꿨다가 15일부터 부활시켰다고 밝혔다.

순검은 ▶빨간 명찰▶팔각모▶'세무 워커'(가죽을 뒤집어 만든 군화)와 함께 해병대의 상징 문화로 통했다. '산천초목이 벌벌 떤다는 순검'으로 불리는 야간점호는 해병대에서 복무했던 예비역들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다.

병사들이 일렬로 도열한 가운데 내무반장이 "15분 전" "5분 전" "순검"이라고 소리치면 단계별로 점호 준비를 했다.

과거에는 순검 중 지적 사항이 있으면 완전군장을 하고 운동장 돌기 등 기합을 받기도 했다. 순검은 조선시대 때 사용되던 것으로 순찰하며 점검한다는 뜻이다.

해병대의 순검은 지난해 2월 병사들에게 공포감을 주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국방부의 지적에 따라 폐지됐다.

그 대신 군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용어인 '점호'로 통일했다. 점호 방식도 '병 자율위원회'를 구성해 병사 스스로 인원만 점검하는 확인형 점호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예비역 해병대원들은 해병대 인터넷홈페이지(www. rokmc.mil.kr) 등에 "순검 폐지는 해병대의 정신을 말살하는 것과 같다"는 글을 올리면서 반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해병대는 순검이라는 용어를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 다만 순검 방식을 일부 개선해 지휘관이 직접 주관하는 '통제형 순검'과 병사 대표인 생활반장이 자율적으로 하는 '확인형 순검'을 병행하기로 했다. 통제형 순검은 종전처럼 병사들이 침상에서 차렷 자세를 한 상태에서 지휘관이나 당직사관이 병기.장비를 확인하는 것으로 매주 1~2회 실시한다. 확인형 순검 때는 병사들이 생활관(내무실)에서 각자 자유활동을 하고 생활반장이 인원만 확인한다.

해병대 관계자는 "자율적인 점호만 하다 보니 병기와 탄약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지고 병사들의 건강 상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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