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화제>활기찬 진행…출근길 직장인에 각광-K-2FM 『FM대행진』 아나운서 이숙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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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출근길 자가운전자치고 이숙영 아나운서(33)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아니 어쩌면 TV와 라디오를 통틀어 그녀만큼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진 방송인이 흔치 않다는 표현이 옳을지 모른다.
「발군의 DJ」라는 평가와 「오지랖이 넓은 방송인」이란 지적을 함께 듣고 있는 이씨는 아무튼 유별난 프로그램진행자인 것만은 틀림없다.
자타가 공인하듯 「통통 튀는」, 그래서 점잔빼는 여느 MC들과는 크게 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씨. 그런 그녀가 맡고 있는 프로가 바로 지금은 널리 알려진 KBS-2FM의 『FM대행진』 (매일 오전 7∼9시)이다.
7시 시보에 이어 경쾌한 시그널음악과 함께 전파에 실려 나오는 예의 청랑한 그녀의 목소리는 출근길을 서두르는 사람들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날씨, 시사·스포츠뉴스, 교통정보 등 국내외의 간추린 소식과 화제의 인물 인터뷰 등으로 짜여진 1부와 시사콩트, 주제별 외국음악모음, 국내가요 등 오락성질은 2부를 듣다보면 짧지 않은 2시간이 금세 흘러가 버렸음을 느낀다.
간혹 번뜩이는 구성상의 재치를 빼놓곤 비슷한 유형의 다른 프로와 별반 다를게 없다.
그렇다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별 지루함 없이 이 프로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씨의 프로진행 솜씨와 독특한 개성 때문이다.
이씨의 진행방식은 한마디로 재미있고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고있다.
파격과도 통하는 이런 분위기가 직장인들의 아침 출근길을 생기있게 만들고 체면치레에 급급한 사회인들의 스트레스를 대신 해소시켜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씨는 나름에 방송진행관을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재미있어야 합니다. 가장 부드러운게 생명력이 있다고 늘 생각하죠. 때론 유머도 필요하고요.』
흔히 얘기하는 권위적 요소들을 훌훌 털어 버리고 음악의 영상화, 감칠맛 나는 진행, 모든 것을 머금은 것처럼 축약된 표현을 전달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단다.
『청취자들이 점점 흥미롭고 새로운 파격을 원하는 바람에 갈수록 힘들어요. 그러나 자고 나면 넘칠 듯한 생명력과 에너지가 또다시 생겨나 항상 꺾이지 않는 의욕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죠.』
그녀는 현재에 안주하길 단호히 거부한다. 그런 성격 탓인지 시간 나는 대로 국내외여행·독서·영화감상·대화 등 끊임없는 담금질을 통해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DJ가 되기 위해 일부러 땀을 찾아 홀리는 특이체질로도 유명하다.
물론 그녀에게 곱지 못한(?)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프로진행 때 우리 가요를 너무 푸대접한다든지 초반의 신선함이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튀는」방향으로 나가는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2FM라디오의 전체 프로그램 안배 때문에 미국·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남미 음악 등 세계음악소개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이씨는 자신의 행동거지가 가끔 오해를 사는 것 또한 타고난 성격에 기인한다며 구김살 없이 웃는다.
최근 수필집출간에 이어 올 가을쯤 음반을 낼 계획이라는 이씨는 『가끔 TV출연이나 외부기고 등으로 바삐 뛰는 모습이 욕심 많게 비칠지는 모르나 그건 단지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여린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30대로 세상을 어느 정도는 경험한 이씨가 새삼 들먹이는 주관은 그녀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다.
『무거우면 가라앉고 딱딱하면 부러지기 쉽죠. 자연인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자유롭고 편하게」살고싶어요. 아울러 비전을 제시하고 공해·인권문제 등 21세기의 세계감각을 갖춘 DJ가 됐으면 해요.』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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