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탱크 앞세우고 장애물 돌파/유고연방군 슬로베니아 출동하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새벽잠 깬 시민들 쿠데타로 착각/상점마다 장사진… 경제봉쇄 우려
유고슬라비아연방군의 슬로베니아 진격으로 1백여명의 사상자를 내는 전투가 발생,유고는 슬로베니아 공화국을 중심으로 군사충돌에 의한 내전상태로 치닫고 있다.
○…슬로베니아 공화국 주민들은 연방으로부터의 일방적 독립을 선언한지 이틀만인 27일 새벽 연방군의 탱크 소리에 놀라 잠결에서 깨어난 뒤 흡사 군사쿠데타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을 목격했다.
슬로베니아 공화국 당국은 연방군 진입에 대비,수도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불도저·트럭·버스·제설차 등으로 미리 봉쇄해 저지선을 구축했으나 연방군은 이날 새벽 류블랴나 인근 브르니카 진지를 출발,류블랴나로 향하면서 장애물들을 탱크로 깔아 뭉개면서 진격을 계속했다.
연방군은 이날 소련제 T­72탱크 9대와 장갑차 2대를 앞세우고 차량과 유조탱크로 막아놓은 슬로베니아 방위군의 봉쇄망을 뚫거나 우회해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 외곽의 브르니크 공항주변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슬로베니아 방위군의 한 대위는 27일 35∼40대의 탱크와 장갑차가 류블랴나에서 서쪽으로 20여㎞ 떨어진 브로니카 기지에서 공항으로 이동중에 있다고 전언.
○…슬로베니아 공화국 자체군대는 이날 수도로 통하는 출입구들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채 감시를 폈다. 도로에는 20여대의 트럭이 연방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에 가로놓여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러나 류블랴나 인근 브르니크 공항으로 통하는 도로옆 숲속에는 불타다 남은 두대의 트럭 잔해가 방치돼 있었다.
○…슬로베니아 공화국 주민들은 연방군이 개입을 시작한 27일에도 일상적인 생업에 종사하는등 크게 놀라는 표정은 아니었으나 주유소와 상점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긴줄을 서있어 주민들사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음을 반영.
또 도로곳곳이 봉쇄됨에 따라 빵의 배달이 중단됐으며 평소 환담을 나누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던 류블라니카강 강변은 이날 한산한 모습이었다.
류블랴나인근 트르친의 한 농부는 『26일에는 공항이 폐쇄됐고 오는은 연방군이 공항을 점령하고 국경초소를 장악하기 위해 행동을 개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뒤 『내일은 아마도 우리가 경제봉쇄에 직면,연방당국에 무릎을 꿇게 될지도 모른다』면서 우려하기도 했다.
○…슬로베니아 공화국의 한 군대변인은 공화국 자체군대가 대 전차 및 대공장 비를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이 공화국 군대는 민간으로부터 징발한 밴등 아무표시도 없는 차를 이용,작전을 전개했다.
슬로베니아 공화국 경찰과 군대도 류블랴나내 관공서와 중앙우체국·기차역등 주요 전략거점에 포진,연방군의 수도진격에 대비했다.
조란 클레멘치크 슬로베니아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연방군 탱크들이 이미 수도와 공항으로 통하는 도로에 설치됐던 저지선을 일부 돌파한 사실을 시인하고 『그러나 연방군이 수도에 진입을 시도할 경우 도로에 지뢰를 매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블랴나 TV는 연방군이 무력개입을 시작한 이날 소련군이 68년봄 체코슬로바키아 수도 프라하를 침공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스테인 브로베트 유고연방군 총사령관은 27일 베오그라드에서 전쟁상황보고서를 발표,27일 오후 현재 오스트리아·이탈리아·헝가리 등과 접경한 슬로베니아 국경지대의 경계초소대부분을 연방군이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슬로베니아 국경 수비대의 야네스 스라파대장은 수도 류블랴나와 크로아티아 공화국의 수도 자그레브를 잇는 1번 국도가 슬로베니아 공화국 민병대의 통제하에 있다고 말하고 『국경통과지대가 모두 봉쇄된 상태』라고 전했다.
○…얀사 슬로베니아 국방장관은 27일 TV방송을 마치고 진압군을 지휘하러 나가기에 앞서 『당황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슬로베니아 국토의 90%는 여전히 슬로베니아인들의 수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얀사 국방장관은 이에 앞서 라이바르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체포된 연방군탱크조종사로부터 연방정부가 슬로베니아 민족정부를 제거하려는 비밀계획이 밝혀졌다』고 말하고 『작전명 「베뎀」(성벽)이라고 명명된 이 연방정부작전은 모든 연방군에게 「슬로베니아 공화국의 사회주의를 뿌리 뽑기 위해」 슬로베니아정부를 공격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고의 크로아티아 공화국은 27일 연방군이 주둔기지로 돌아가지 않고 크로아티아인과 소수 세르비아인 사이의 분쟁에 개입을 계속한다면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로아티아 국가평의회는 이날 유고연방군이 무력개입을 계속한다면 크로아티아 경찰과 국가방위군은 헌법적인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연방군에 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유고의 무력충돌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연방군측과 공화국측 모두에 무력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미 국무부의 마거릿 터트 와일러 대변인은 베오그라드주재 워렌 짐머먼 미 대사가 26일 늦게 안테마르코비치 연방총리와 밀란 쿠칸 슬로베니아 공화국 대통령을 만나 무력사용 회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27일 밝혔다.<류블랴나·베오그라드·워싱턴=외신 종합>
◎유고연방 약사
45년 11월=티토를 수반으로 하는 유고슬라비아연방 인민공화국 수립.
63년=자주관리제도와 비동맹을 축으로한 사회주의연방공화국으로 이행.
80년 5월=티토 사망,74년 제정된 헌법에 따라 집단지도체제로 이행.
90년 12월21일=크로아티아,연방이탈을 명시한 헌법 채택.
90년 12월23일=슬로베니아 국민투표,독립지지.
91년 5월2일=크로아티아 공화국에서 세르비아인과 공화국경찰 충돌,15명 사망.
5월19일=크로아티아 국민투표,독립지지.
6월12일=마르코비치 연방총리,독립강행땐 무력사용 불사 천명.
6월25일=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의회에서 가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