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자선바자 판촉수단으로 "둔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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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백화점의 자선바자 행사가 올 들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가운데 이들 행사가 순수 자선 행사라기보다 백화점 판촉수단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 들어 롯데·신세계·현대·미도파·그랜드 등 규모가 큰 백화점의 자선 바자행사만도 모두 27차례가 열렸다. 백화점별로는 롯데 8회, 신세계 7회, 현대 6회, 미도파·그랜드 각 2회, 뉴코아·한신코아가 1회씩 개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3배 늘어난 것이다.
최근 이처럼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 백화점의 자선 바자행사는 90%정도가 철 지난 재고의류를 판매하는 경우로 값싼 옷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려들어 백화점으로서는 손님을 모으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매출액 20%내외의 판매수수료를 받아 자선행사의 대상인 단체에 5∼10%정도의 기탁금을 떼어 주고도 크게 손해보지 않는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백화점의 이미지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90년 유명 백화점 사기세일 이후 한국백화점협회가 자율결의, 연간 40일로 한정한 정기세일에도 이 자선바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의류업체로서는 자선바자 참여가 재고상품 처분을 위한 기회로 활용되고 있어 이 같은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있다.
자선바자 명칭도 다양해 과거의 수재민 돕기·송년 불우이웃 돕기·심장병 어린이 돕기 자선바자 등 때가 되면 하는 의례적인 것에서 벗어나 『아내를 사랑하자』톱 디자이너 자선바자, 재일본 한국YMCA부채기금 마련 바자, 향토물산전 축하 자선바자, 지구촌 굶주린 이웃돕기 자선제, 어린이과학자 지원금 마련 자선바자·쿠웨이트 교민 돕기, 사랑의 대바자 등 취지가 다양해지면서 백화점간에 경쟁적으로 바자 행사를 유치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백화점에서는 자선바자의 취지가 고객들의 공감을 사 대 고객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될 경우 자선행사의 대상이 되는 사회복지단체나 공익기관에서 행사개최를 백화점 측에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 측이 적극적으로 사회복지단체 등에 바자행사를 갖자고 먼저 제의해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얘기다.
자선바자행사의 규모도 커져 4월3일부터 11일까지 롯데백화점이 개최한 사랑의 쌀 나누기 유명브랜드 자선바자의 경우 롯데백화점 본점·잠실점의 1층부터 8층까지 8개 층 매장에서 동시에 열려 1억 원의 기탁금을 내놓기도 했다.
자선바자를 주최한 백화점이 사회복지 단체 등에 기탁한 금액은 1백만 원대부터 1억 원까지 차이가 크다. 그리고 백화점이 아니면 우리사회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복지 단체 등에 상당액의 기탁금을 마련하는 이 같은 행사를 갖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백화점의 기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사회복지단체들의 말이다.
그러나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백화점은 자선바자가 막연히 일반이 생각하듯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행사가 아니라 재고상품 판매라는 사실을 알려야 하고, 소비자도 그 내용을 잘 알고 이용해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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