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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항공기 시장 놓고 "공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걸프전 이후 살아난 세계 항공기시장을 놓고 미국과 유럽공동체(EC)가 공중대회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각국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에어버스사가 항공기산업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보잉사를 바싹 추격하자 미국은 유럽각국의 에어버스사에 대한 과다한 보조금을 삭감하라고 요구, 맞서고 있다.
걸프전이 끝난 뒤 항공운수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에어버스사는 현재 세계 각국으로부터 1천6백여 대(7백억 달러 상당)의 주문을 받아놓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30%로 1위인 보잉사(53%)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박리다매의 경영전략으로 이를 바싹 따라 잡아가고 있다.
설립된 지 20년 동안 통일된 회계처리방법이 없어 한번도 회계내용을 밝히지 않은 에어버스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으며, 유럽 각국에 빚진 돈도 점차 갚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리담당 책임자 피어슨씨는 최근 앞으로 20년 동안 세계 민간항공기 시장의 3분의1 이상을 에어버스가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중 총 1만2천3백 대(6천8백억 달러 상당)의 여객기를 팔게 되리라는 것이다.
에어버스사는 앞으로 20년 동안 항공여행자수가 지금의 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오는 96년까지 6백∼7백 명을 태울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를 만들어 보잉사 747기(3백50석)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전략이다.
에어버스사는 이 비행기를 개발하는데 4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보잉·맥도널더글러스사 등 미국 항공기생산업체는 바싹 긴장하고 있다. 또 미국정부는 에어버스사의 경영이 상당부분 유럽 각국의 보조금에 의해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 국제경쟁질서를 해친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섬으로써 통상문제로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미 상무부는 지금까지 에어버스사가 유럽각국으로부터 13억5천만달러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무역대표부 또한 지난 2월 독일이 에어버스사의 자국 계열사인 에어스페이스 사 측에 달러화 하락에 따른 손실보상을 해준 것과 관련, 자유무역 관행에 위배된다며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본부에 항의서를 냈었다.
에어버스사가 보잉사를 바싹 추격하고 있는 것은 우선 금전상 별다른 이익을 남기지 못하거나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가급적 많이 팔아 시장점유율을 높이자는 판매전략에서부터 비롯된다. 또 유럽 각국의 국영 항공사들이 전략적으로 미국 항공기보다 에어버스 기종을 주로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유럽 각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에어버스사에도 고민거리가 있다.
우선 미 보잉사도 에어버스에 맞먹는 판매조건을 내놓아 경쟁하려는 움직임이며, 유럽각국의 보조금이 줄어들 경우 경영상 상당한 타격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유럽과 미국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에어버스사와 보잉·맥도널더글러스사 등의 대결이 과연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 자못 관심거리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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