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씨름계가 군웅할거의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물곰」 황대웅(24·삼익가구)에게 천하장사 2연패의 영광을 안긴 제22회 천하장사 씨름대회는 판도재편의 격랑을 예고한 무대였다.
이번 대회 천하장사 8강 중엔 박광덕(19·럭키증권)을 비롯, 오시양(21·현대) 서찬호(22·럭키증권) 등 신예 3명의 활약상이 돋보인 데 반해 백두장사 4연패의 기염을 토한 강호동(일양약품) 등 그 동안 씨름판을 주도해온 대형씨름꾼들이 잇따라 몰락, 대조를 보였다.
신진파워의 선봉장은 역시 「배장사」박광덕. 지난달 제56회 체급별대회(마산) 3품에 올라 주목받기 시작한 박은 이번 체급별 대회 첫날 백두장사 4강에 오른 데 이어 천하장사 16강 전에서 천하무적이라 할 강호동을 꺾는 대 기염 속에 승승장구, 1품에 올라 「이리 대변란」의 주인공이 됐다.
최고중량(1백54kg)의 박은 특히 이번 대회 들어 한층 안정된 중심 이동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특기인 들배지기를 원숙하게 구사, 대기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또 국내최장신(2m2cm) 서찬호나 한라급임에도 불구, 발군의 기량으로 5품에 오른 오시양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예비재목. 이 밖에 한라장사 강광훈(24·삼익가구)을 비롯, 비록 무관에 그쳤지만 김점태(24·부산조흥금고) 한병식(20·일양약품) 등도 예비재목으로 손색없다는 게 씨름인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여기에 내년 봄 영남대졸업과 함께 씨름판에 뛰어들 김정필(19) 등이 가세할 경우 씨름판엔 전례 없이 판도재편의 격랑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한편 24일 이리원광대 체육관에서 폐막된 제22회 천하장사 씨름대회 결승전에서는 황대웅이 박광덕을 맞아 먼저 두 판을 내주고 세 판을 빼앗는 극적인 역전승을 장식, 제21회 대회에 이어 거푸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승상금은 1천5백만 원이며 1품 상금은 7백50만원.
◇천하장사 순위(24일·이리)
▲장사=황대웅(삼익가구) ▲1품=박광덕(럭키증권) ▲2품=김칠규(현대) ▲3품=임종구(럭키증권) ▲4품=남동하(현대) ▲5품=오시양(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