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진통 주시 후계구도 암중모색/느긋한 민자(광역이후…: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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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각계파 선거압승 결과 손익계산 분주/민주계,노­YS합작품 강조 위상강화
6·20시도의회 선거에서의 완승으로 신민·민주당등 야권이 엄청난 회오리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청와대와 민자당은 여유와 평온속에 야당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향후 정치일정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나 내부적으론 여러가지 암중모색이 이뤄지고 있다.
광역선거가 끝나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차기후계구도를 둘러싼 여권내부의 갈등과 마찰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여권이 평온을 되찾게된 가장 큰 이유는 청와대나 민자당 스스로도 경악해 버린 의외의 압승때문.
민자당의 압도적인 승리가 여권에 대한 지지라기 보다는 강경대 치사사건 이후 한달여 동안 계속된 시국불안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안정희구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다가 노대통령의 입지가 강화되어 대권논쟁을 조기에 일으킬 명분과 구실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일정으로 보면 차기후계구도 문제가 표면적으로 등장되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민자당내 민정·민주·공화계등 어느 계파도 현재로선 대권논쟁을 일으킬 수 없는 상황이며 적어도 7,8월께까지는 관망과 소강상태를 유지하면서 야권의 재편과정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민정·민주·공화 3계파와 잠재적 대권주자들은 이번 선거결과가 각 계파에 미치는 이해득실을 면밀히 계산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앞으로의 정치일정에 대응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상당한 시각차가 노출되고 있다.
우선 청와대와 민정계측은 6·20압승으로 노대통령의 입지가 대폭 강화된 것은 물론 차기후계구도 결정에 있어 선택의 폭이 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이처럼 압도적인 결과가 나오지 못하고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흔들렸을 경우 이는 곧 정국불안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14대총선 및 대선등 각종 선거에 대비해 후계구도를 조기에 가시화해야 한다는 김영삼측의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됐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그와는 정반대의 대승으로 나타나고 그것이 「안정희구표」라고 분석돼 노대통령으로서는 그의 통치기반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김영삼대표쪽으로서도 노대통령과의 기존관계를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밀어주고 있는 형태다.
때문에 청와대측은 노대통령의 권력누수현상을 초래할 대권논쟁은 내년 14대 총선전까지는 불허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차기후보는 총선이후 「경선」에 의해 선출토록 한다는 기존입장을 유지,당내 위상도 강화시켜 나간다는 생각이다.
노대통령이 22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당이 더욱 단합하고 결속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총선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자신있게 강조한 점이나 24일 민자당 핵심당직자들에게 분파작용을 용납못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입지가 이처럼 강화됐다고해서 김영삼 대표의 위치가 흔들린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김대표측은 이번 선거결과를 계기로 종래 그가 구상했던 김영삼­김대중 양김대결구도에 구애되지 않고 노­김 관계강화에서 후계자의 입장을 확실히 해 나간다는 생각이다.
김대표의 민주계측은 민자당의 압승은 노대통령과 김대표의 합작품으로 부각시키면서 노­김대표의 단선체제를 구축,여권내 2인자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태도다.
제2인자로서의 김대표의 입장을 확실히 보여주고 내부적으로 민정계 의원들을 친YS계로 포섭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복안이다.
민정계가 특별한 주자없이 사분오열의 분열현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민정계를 자극시키는 대권논쟁을 일으키지 않고 현재의 페이스대로 유지할 경우 결국 대안이 없는 민정계로서는 김대표의 차기후보결정에 승복할 수 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대표측은 14대총선 공천시점전까지는 노­YS 단선체제구축과 민정계 흡수작전을 조용히 전개해 나가면서 공천이 이뤄지는 12월에 들어서면 『차기후계구도를 결정치 않고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총선필승론」을 내세워 노­YS 담판을 통해 차기후보 지명을 받아낸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김대표측은 김대중 총재의 몰락이나 현격한 위상저하는 양김시대의 위협인 동시에 김대표를 차기후보로 옹립하는 명분을 상실케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김대중 총재가 몰락하지 않는 선에서 적정수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김대표가 개표직후인 21일 『양당구도를 유지하는 선에서 신민당측과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바로 이를 염두에 두었으며 김윤환 총장·김종호 총무등 친YS세력이 임시국회 등을 구실로 재빨리 신민당과의 협의에 나선 것도 같은 배경이다.
이같은 김대표의 구상을 민정·공화계가 그대로 수용하느냐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세가 위축된 김종필 최고위원은 야권재편을 들고나와 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김대표를 견제하고 민정계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대권의 캐스팅보드를 쥐겠다는 공화계의 의도에 따른 견제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문제는 민정계다. 노대통령의 내각제 포기선언후 이미 크게 지반이 흔들려있는 민정계는 부분적인 김대표 거부세력,독자후보 세력 등이 반YS로 흐르고 있으나 대세를 장악할 정도도 아니고 경선주장의 이종찬 의원이나 재기를 노리는 박철언 의원측도 도전할 만큼의 세력을 규합하지 못하고 있다.
민자당내 각 계파간의 3색구상은 현재로서는 심각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야권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여권의 공통된 인식이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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