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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서도 살아 돌아올 승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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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옥에서도 살아 돌아올 사나이'. 22일(한국시간) 끝난 다카르 랠리 4륜 자동차 부문에서 우승한 스테판 피터한젤(42.프랑스.사진) 얘기다. 그는 '죽음의 레이스'로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서 모두 아홉 차례 우승했다. 완주율이 50%도 되지 않아 완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경주에서 아홉 차례나 우승했다는 사실은 그의 위대함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1988년 첫 다카르 랠리에 나선 그는 길을 잃고 기름도 떨어진 채 사막을 헤매다 유목민에게 발견돼 겨우 목숨을 건졌다. "그때의 강렬한 기억 때문에 사막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바퀴와 인연이 많다. 배관공이던 아버지는 취미로 모터사이클 레이싱 팀에서 정비를 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모터사이클을 배웠다.

청소년 때는 네 바퀴로 바꿨다. 스케이트 보드다. 그는 스케이트 보드 프랑스 챔피언이 됐다.

16세 때 다시 두 바퀴로 돌아왔다. 모터사이클 라이더가 됐고, 88년부터 다카르 랠리에 나섰다. 90년대는 그의 것이었다. 91년부터 98년까지 여섯 차례 우승했다. 98년 여섯 번째 우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을 경신한 그는 이듬해 새로운 도전을 찾아 나섰다.

다시 네 바퀴, 4륜 자동차 레이스였다. 자동차엔 문외한이었지만 그는 "사막에 대한 나의 지식이 나를 인도할 것"이라며 모험을 했고, 결국 2000년대를 그의 시대로 만들었다. 2004년 첫 우승을 했고, 2005년과 올해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의지는 사막의 태양보다 뜨겁다. 피터한젤은 모터사이클 실내 레이스 도중 충돌 사고 후 뒤따라오는 모터사이클에 치였지만 레이스를 계속해 우승을 차지한 일화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초반에 자동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실격 위기를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려 끝내 우승했다.

"사막에서는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특히 집중력이 중요하다. 1초라도 마음을 놓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의 친구 2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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