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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재건위 사건 판결 의미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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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번 판결은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후 사법부가 추진해 온 과거사 정리 노력의 첫 결과물이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영장 없이 체포된 데다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 과정에서 고문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지 않은 수사결과는 증거물로 채택할 수 없다는 뜻이다.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혐의 내용이 허위라고 얘기했고, 구타나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 조사받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신빙성을 담보할 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이번 재심 판결에 따라 유사한 과거 내란 음모 및 간첩 조작 사건 등에 대한 재심 및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결정적 증거가 있다면 '명예회복'이 이뤄진다는 점이 이번 판결로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혁당 사건 변호인 측은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8명의 사형수 외에 징역형 등을 선고받은 인혁당 사건 피고인 20여 명과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법처리된 200여 명에 대해서도 이달 안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가석방된 강희철(50)씨와 신군부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탄압 실상을 전파했다는 이유로 중형이 선고된 '아람회' 사건 관련자들이 낸 재심청구 사건도 지난해 6월과 7월 각각 제주지법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개시 결정이 내려져 심리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사건 재판들의 주요 변수는 과거 수사나 재판 과정의 부적법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다.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의 경우 배상을 청구할 시효를 이미 넘겼다는 논리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승소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 유족들은 재심과 별도로 지난해 11월 국가를 상대로 340억원의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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