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브이 브랜드 가치 얼마나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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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애니메이션 영화 '로보트 태권V'. 개봉당시 서울 관객 18만 명을 동원하며 그 해 흥행 2위에 올랐던 로보트 태권V가 2년여의 디지털 필름 복원 작업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그렇다면 30년 전 책받침과 공책, 하다 못해 신발에까지 등장했던 로보트 태권V의 브랜드 가치는 얼마나 될까?

장순성 (주)로보트 태권V의 기획실장은 "태권V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일본의 '건담'을 개발한 반다이사의 일 년 매출은 4조원에 달한다"며, "로보트 태권V도 영화를 비롯해 DVD, 인형, 캐릭터 사업 등을 통한 원소스 멀티유저 전략을 구사한다면 건담에 비견되는 가치를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1년에 4조 원의 매출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 60조 원의 15분의 1이다.

장 실장은 "로보트 태권V는 국내 개봉관을 통해 '84 태권V', '태권V 수중대작전' 등 7탄이 총 600만명으로 추정되는 어린이를 극장 앞에 불러 모았다"며, "30대-40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로보트 태권V의 브랜드 잠재력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작자 김청기 감독은 "로보트 태권V가 복원돼, 극장에 상영되는 것은 잃었던 자식이 돌아온 느낌"이라며, "태권V 박물관 등 로보트 태권V를 기념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태권V 캐릭터 도용하면 법적 소송

과거 태권V는 국내 캐릭터 사업의 원조라 불릴 만큼 수십가지 종류로 변신해,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태권V 수집가인 남상우씨(36세)는 "딱지부터 시작해, 책받침, 공책 등의 문구류를 비롯한 빵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인기있었다"며, "태권V 때문에 반에서 태권도 붐이 일 정도였다"고 당시 열풍을 설명했다. 하지만, 태권V의 캐릭터 사업은 정작 실패한 케이스에 속한다.

김감독은 "그 당시에 태권V 캐릭터가 마구 도용되는 것을 알았지만,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해 한 번도 제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태권V의 판권을 지난해 취득한 회사측은 "7년여간 우후죽순 생겨난 태권V의 각종 캐릭터를 정리했다"며, "이제 태권V의 캐릭터를 과거와 같이 임의로 도용한다면 법적 소송도 감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년 전 한 건설회사의 TV CF 광고에 나온 태권V는 6개월에 6천만 원의 광고료를 받았다"며, "향후 태권V를 TV에 출현시키려면 연예인처럼 기획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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