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덜쓴 후보에 돌아간 영광/이규진 선거특별취재반(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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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례없는 타락선거라는 불명예속에 막을 내린 이번 광역의회선거에서 대전·충남지역의 경우 많은 돈을 뿌린 것으로 알려진 후보들이 낙선의 고배를 마셔 유권자들의 한표행사가 흔들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졸부들의 행진」이라고 대전시민들이 비야냥거렸던 대전 서구지역 민자당후보들의 경우 보통 10억원 안팎의 돈을 뿌린 것으로 자타가 공인(?) 했으나 2선밖에 건지지 못했고 제1선거구에서 당선된 민자당후보는 더많은 돈을 뿌렸다는 무소속후보들을 따돌리고 당선,대전 서구 유권자들이 돈을 덜쓴 후보들을 선택한 것으로 결말이 났다. 민자당이 참패한 유성구의 경우 엄청난 돈을 뿌리고 있다는 소문속에 각축을 벌인 전대전시장 출신의 민자당후보와 민자공천에서 탈락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여후보가 모두 쓴잔을 마신반면 『돈이 없어 떨어질 것』이라던 신민당후보가 당당히 당선됐다. 돈을 많이 쓰기는 대덕구·동구·중구 등 대전여타 지역의 여당후보·무소속후보들도 마찬가지였으나 특히 돈을 많이 뿌려 비난받았던 후보들이 낙선된 것은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이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충남 보령·천안 등 농촌지역 선거구에서도 벌어져 충남 제1의 갑부로 수십억원을 뿌린 것으로 알려진 후보가 떨어졌는가 하면 구속된 후보가 상대적으로 돈을 많이 쓴 정당후보를 누르고 옥중 당선된 곳도 두곳이나 되었다.
선거에서의 당락이 조직력·자금력·선거전략 등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긴 하지만 오로지 『붙고 보자』는 과욕에서 보통사람들이 상상키 어려운 돈을 마구 뿌려 비난을 받은 후보들이 하나같이 낙선된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닌 것 같다.<대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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