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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승리」라기보다 「야 참패」/6·20 광역선거의 표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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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정바라는 중년층 이상이 야세 외면/양당구도·여전한 지역감정 확인한셈
20일 시행된 광역의회 의원선거는 예상밖의 저조한 투표율과 여기에 연관된 민자당의 압승,무소속의 대거진출로 특징지어졌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지난 3월 기초의회선거의 55%보다 불과 3.9% 높은 58.9%에 그쳤으며 13대 총선의 75.8%,대통령선거의 89.2%에 훨씬 못미쳤다.
선거전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75% 내외의 높은 투표참여 의사를 보였던데 비하면 58.9%란 실제 투표율은 매우 낮은 것이다.
서울등 6대도시의 투표율은 기초의회선거에 비해 서울·대전·인천이 10∼11%포인트의 증가를 기록하는등 전반적으로 높아졌으나 대전의 59.8%를 제외하면 전국 평균보다 낮은 52∼57%애 불과해 지난 기초의원선거에 이어 도시민들이 농촌사람보다 정치에 무관심한 현상을 보였다.
○예상밖의 투표율
당초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70%선이상으로 예상했던 것은 기초와는 달리 선거참여가 허용된 여야 각 정당이 공천자를 내면서 당원 단합대회등 각종 집회를 통해 우세확보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었다.
이번 선거는 3당합당과 이에 따른 야권재편이후 첫 정당선거로서 앞으로 있을 총선,대선 등의 전초전이 된다는 각 정당의 인식이 있었다.
그럼에도 투표율이 59%에도 못미친 것은 한마디로 유권자들의 정치불신,정치에 대한 무관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수서비리등 6공의 실정과 공안통치를 정치쟁점화하려 했고 여당은 집권후반기에 대비한 안정의석 확보를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정당의 정치적 쟁점에 큰 호응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강경대군 치사사건이후 벌어진 5월정국에 대한 정치권의 정략적 대응에 정치불신과 냉소주의만 키워온 것으로 풀이된다.
공천자금파동등 금품거래설과 정당에 대한 불신이 이런 냉소주의를 부채질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의 단합대회의 일반인 상대 고지 및 참여를 금지하고 후보들의 유세도 불법의 소지가 있는 것은 모두 규제해 유권자들이 선거와 후보자에 대해 많이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요인도 있다.
○젊은층 정치냉소
그리고 광역의원선거라고 하지만 총선등과 달리 인물난으로 후보들의 지명도가 별로 높지 않았다는 점도 선거무관심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특히 투표율이 낮은 연령층은 정치불신과 냉소주의가 특히 심한 20∼30대의 젊은 계층인 것으로 분석되고 이들의 저조한 투표참여는 야당의 참패라는 투표결과로 나타났다.
전체 유권자의 57%를 차지하는 20∼30대 연령층의 대거 선거불참은 이들이 대체로 진보적 성향임을 감안할때 여당이 선거에서 압승한 투표결과를 해석하는 중요요인이 된다.
이것은 바꾸어보면 안정을 바라는 중년층이상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민자당을 밀어준 결과로 나타났다고 분석할 수 있다.
민자당이 전국적으로 40.5%의 득표를 얻고도 의석의 65%를 얻는 대승을 거둔 것도 그같은 연유다.
말하자면 강경대군 사건이후 이어진 운동권의 극렬투쟁과 그 극적인 표현인 정원식 총리서리 사건이 중년층·중산층으로 하여금 투표장으로 나가게 해 반야당표를 던지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야당우세가 점쳐지던 서울에서 민자당이 1백10석(41.3% 득표)이나 얻고 신민당(33.9%) 민주당(14.4%) 등 야당이 50% 가까운 득표를 하고도 겨우 20여석에 그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무소속 대거 진출
이번 선거결과는 따라서 민자당의 대승이라기 보다는 「야당의 참패」라고 봐야할 것이며 이것은 유권자들의 의식이 바뀌어가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또 한가지 흥미있는 현상은 부재자표의 성향이다.
개표 초반에 무소속이 민자당을 제치고 전국 각 지역에서 압도적 우세를 점했었고 민주당이 경남·부산·수도권 등지에서 이례적 강세를 보인 것은 부재자 투표를 먼저 집계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투표내용이 모든 선거구에서 가장 먼저 개표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결과는 20대 젊은층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물론 이것은 또한 그동안 관권압력의 시비가 있어왔던 부재자투표가 실질적으로 압력과 의혹의 여지없이 자유롭게 실시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부재자표의 대부분인 군인등 20∼30대 젊은층은 거의 무소속과 민주당에 던졌다는 것이며 이는 20대의 반기존정당성향을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표의 동서현상은 이번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민자당은 광주·전남북에서 단1석(동광양)을 차지했고 신민당은 부산·대구·경남북 등 영남 2백55석중 단1석(울산)을 얻는데 그쳤을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무소속의 대거 진출이다.
무소속은 의석수에서 신민당의 1백65석에 못미치는 1백13석을 얻었으나 득표율에서는 오히려 0.6% 앞선 22.6%를 얻어 야권과 정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대졸·50대가 주류
무소속은 70% 이상이 정당의 공천탈락자들로 상당한 정도의 조직과 자금을 갖추고 있는 터에 기성정당 불신의 반사적 이득을 얻었다.
이번 선거의 당선자 연령은 50대가 4백16명으로 주류를 차지했고 다음은 ▲40대 2백69명 ▲60대 93명 ▲30대 79명 ▲20대 2명의 순이었다.
학력별로 보면 ▲대졸이상이 6백32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고졸 1백11명 ▲전문대졸 84명 ▲중졸 19명 ▲국졸 13명이었다.
직업별로 보면 상업이 가장 높아 20%를 상회했고,건설업·공업·광업·운수업 등을 합치면 소위 재산이 있는 계층이 40%를 넘어 정당공천이 재력위주로 이뤄졌음을 반영했다.<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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