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드러나자 여 환호 야 탄식/뜬눈으로 지켜본 광역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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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서 압승은 혁명적” 흥분/민자/예상밖 「지역당」한계에 허탈/신민/초반열기 식자 침통/민주/명맥유지에/자족 민중
민자 압승,야당 참패라는 뜻밖의 투표결과가 정치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개표초반 무소속돌풍이 이는가 했으나 결국 야당의 대패로 판가름나자 정부·민자당은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패배의 허탈한 수렁속에서 앞으로 엄청난 홍역을 앓게될 야당은 패배의 원인분석을 하며 앞으로의 변화를 대비하고 있다
○…민자당은 전남북·광주를 제외한 전지역에서 압승을 거두자 선거대책본부장인 김윤환 사무총장을 비롯한 관계자들 마저도 『이렇게 까지 될줄은 미처 몰랐다』며 축제분위기.
민자당은 특히 신민당과 민주당등 야당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지역에서 민자당이 전체의석의 83.8%에 달하는 1백10석을 차지한 것으로 확정되자 『역대선거사상 여당이 서울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혁명적 상황』이라고 흥분.
김윤환 총장은 『게임은 끝났다』고 여유있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서울의 경우 졸부들의 행진이라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건달보다는 졸부가 나은 것 아니냐』며 자당후보들이 신민등 야당후보들보다는 인물면에서 한수 위였음을 과시.
부재자 투표함이 개봉된 직후 무소속과 신민·민주등 야당이 전지역에서 민자후보를 앞서자 한때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 그러나 이날 밤 11시를 지나면서부터 민자후보들이 전반적으로 우세를 나타내자 안도.
종합상황실에서 개표진행 상황을 지켜보던 강재섭 기조실장은 『투표마감 직후 전국 15개 시도에 걸쳐 1천5백명을 대상으로 긴급 전화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민자당 득표율이 38.7%,신민당이 28%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개하면서 민자당의 압승으로 결과가 나타난데 대해서는 『상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만족감을 표시.
민자당측은 21일 새벽 1시를 넘기면서 민자당의 절대적 우세가 지속되자 박희태 대변인으로 하여금 대 국민 감사성명을 발표토록 지시.
한편 김영삼 대표는 20일 오후 11시 종합상황실에 들러 개표상황을 1시간 가량 지켜보면서 민자당이 단연 선두로 앞서가자 『당초 예상했던대로 잘나간다』며 몹시 흐뭇해 했는데 부재자투표에서 민자당이 뒤진데 대해서는 『민자당이라는 이름이 군인들에게는 생소한 모양』이라고 뼈있는 조크.
김대표는 자정께 종로2선거구의 김찬회 후보에게 당선축하 전화를 거는등 시종일관 회색이 가득.
김대표는 『투표율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
김대표는 『선거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일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것은 언론의 분석일뿐 우리는 한번도 그런 얘기를 해본적이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
○…신민당은 21일 자정을 넘어 당락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 호남권을 제외한 전지역에서의 참패가 확실해지자 망연자실한 표정.
특히 이번 선거의 최대승부처로 50석 이상을 차지,제1당을 목표로 했던 서울에서 예상외의 참패로 비호남권의 벽을 뚫지 못하자 실망의 차원을 넘어 허탈한 모습.
20일 오전 투표후 동교동 자택에서 모처럼 휴식을 취한 김대중 총재는 이날밤 10시쯤 점퍼차림으로 당사에 나와 개표 상황실에서 TV로 개표상황을 지켜보다 호남을 제외한 각 선거구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21일 0시46분쯤 굳은 표정으로 귀가.
40여명의 당직자들이 철야를 한 개표상황실을 현장지휘하던 김봉호 사무총장·조희철 수석부총장·김옥두 차장 등이 서둘러 자리를 뜨는 바람에 새벽 3시쯤에는 파장분위기.
조수석부총장은 『투표율이 60%를 밑돌아 무언가 불길한 조짐이 들더니 결국 지난 기초의회선거의 재판이 되고 말았다』면서 『야성향을 가진 20∼30대 젊은층이 모두 기권을 해 버리니 야당이 이길 수 있겠느냐』고 젊은층을 원망.
부재자투표함이 개봉되던 이날밤 10시쯤까지만도 신민당은 물론 무소속과 민주당의 초반독주가 시작되고 민자당이 저조하자 『무언가 이변이 올 것』이라는 기미에 신민당은 한때 들뜬분위기.
이때문에 김총재도 개표초반 기자실에 들러 『10%가 아직 개표안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민자의 퇴조나 무소속의 진출이 주목돼 정계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관측하며 신민당의 낙승을 확신하는 눈치.
그러나 자정을 넘으면서 민자당이 차츰 독주를 시작하자 상황실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하고 김총재와 당직자들의 표정도 굳어지기 시작.
특히 서울에서 선전하던 신민당후보들이 대부분 개표막판에 뒤집기를 당해 근소한 차이로 차점자로 낙선하자 상황실은 아쉬움의 탄식이 교차.
당관계자들은 이번 선거의 참패원인으로 ▲20∼30대 젊은층의 기권 ▲유권자들의 정치무관심 ▲정총리사건으로 인해 안정희구심리 ▲공천파동등 악재를 지적하는 분위기.
○…민주당은 부재자투표 개함에서 선전하던 초기의 환호분위기가 밤 11시쯤 역전되기 시작하자 초조한 모습을 보이더니 자정이 넘어서부터는 『이럴수가…』하는 침통한 분위기속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총재실에서 TV를 시청하며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이기택 총재·이부영 부총재·장기욱 선거기획위원장 등은 초반전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는 보도가 나올때 마다 박수로 환영했으나 자정이 지나서는 『비호남지역에서 신민당보다는 앞서지 않았느냐』는 말을 건네면서 억지로 자위.
이부총재는 ▲부재자투표(군사병등)에서 나타난것 같은 20∼30대 야성향 젊은 유권자의 일반투표 참여가 극히 저조했고 ▲제2창당과정에 있는 민주당의 약한 조직력 ▲여당 후보의 「돈선거」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그러나 투표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답변.
그는 『이제 국회와 광역 기초의회를 압도적으로 장악한 민자당에 대응할 유일한 길은 여야를 포함한 모든 민주양심세력의 단일야당뿐』이라고 벌써부터 야권통합론을 제기.
민주연합그룹의 한 당직자는 『우선 김대중 신민당총재의 당내 지도력이 서울시 의원들의 집단 탈당사태 등으로 급격히 약화되고 민주당도 지도부 기득권포기가 불가피해 야권대통합이 오히려 촉진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
○…민중당은 처음부터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은 탓에 창당후 최초의 의원탄생(강원 정선2선·성희목 당선자)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
그러나 민자당이 워낙 압승한 결과로 나타나자 『오만해진 여당의 독주를 이제 어느 세력이 견제하겠느냐』는 우려를 하면서도 『보수 야세력의 야권통합엔 찬성하나 우리당은 사안별 연합만 하겠다』고 차별성을 강조.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연대회의」도 그들의 희망적 기대와는 달리 단 한석의 진출에도 성공을 못하자 『평소 중앙정치를 그렇게 외면하던 시민유권자가 다 어디로 갔느냐』고 한탄.
연대회의측은 특히 강남아파트거주 중산층의 보수정치성향이 대단히 깊다고 분석.<선거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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