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측7가] 미국 스포츠자본의 원웨이티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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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털 같은 함박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눈이 아니라 돈입니다. 올 겨울 미국 스 포츠를 온통 뒤덮고 있는 설화(雪貨)입니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일본 최고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에게 포스팅 시스템 입찰금 5110만 달러에 6년간 5200만 달러의 연봉을 합쳐 총 1억310만 달러의 거금을 투자하더니 최근 LA 갤럭시가 '원조 꽃 미남' 축구 스타 데이빗 베컴과 5년간 물경 2억5천만 달러의 블록버스터 딜을 발 표했습니다.

마쓰자카의 원소속팀 세이부에 고스란히 돌아간 보스턴의 입 찰금 5110만 달러는 지난해 세이부 연봉의 3배에 이릅니다. 최소 2년간 선수들에 게 줄 연봉 밑천이 거저 들어온 세이부는 희희낙락을 금치 못했습니다. 굿바이 만 루 홈런에 비할 게 아닙니다.

워낙 천문학적인 뭉칫돈을 안겨 비난이 두려 웠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복잡한 내용 탓이었을까요. 갤럭시는 베컴과의 계약 조 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LA타임스가 스포츠 광고 연예업계 종사 자들에게서 귀동냥한 것에 따르면 연봉이 1천만 달러 아디다스.질렛트.모토롤라. 펩시콜라 등 그의 광고 스폰서들로부터 총 2천만 달러 그의 유니폼 등 기념품 판 매수입 1천만 달러 그리고 갤럭시와 모회사인 스포츠엔터테인먼트사 AEG와의 수익 배분 계약에 따라 1천만 달러 등으로 5천만 달러의 내역이 추정되고 있을 따름입 니다.

후일 베컴의 이미지 추락 여하에 따라서 분란의 소지가 다분한 계 약 조건 또는 옵션이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갤럭시와 AEG가 철썩같이 보장한 조건( 그렇지 않다면 베컴이 LA에 올 리가 없지요?)들입니다. 베컴과 갤럭시가 당연히 머리를 굴려 해를 넘겨 사인을 하는 바람에 이적료를 단 한푼도 챙기지 못한 스페 인 레알 마드리드만 소태 씹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스포츠 산업의 천 국' 미국이 선수들의 이상향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스타 싹쓸이'를 해가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이 이러함에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까닭은 왜일까요?

국제 정치학 자들이나 미래학자들은 10여년 전 구 소련 붕괴 후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 많은 기 대를 했습니다.

앨빈 토플러는 반미주의자들의 시각이 구시대적 냉전주의 사고에 사로잡힌 편견이란 것을 이렇게 반어적으로 말했습니다. '전 세계 엄청나 게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거대한 부가 가난한 나라로부터 빼앗거나 훔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미국이 과거 제국주의 영국이나 일본과 다를 게 없다 고 말한다. 만약 그렇다면 미국이 자신의 지배하에 있다고 생각하는 여러 국가에 영구 이주자들을 보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미국의 어떤 대학이 영국의 옥 스퍼드나 케임브리지처럼 엘리트들을 교육시켜 다른 나라를 통치하도록 했는가? 다른 나라를 군사적으로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인들은 또 어디 있는가?' (부의 미래)

그러나 미국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직 21세기 초 새 로운 국제질서를 세울 힘과 사명감을 갖고 있었던 미국은 유일 강대국 체제라는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UN에서부터 EU까지 많은 외교적 성과물을 냈던 미국은 냉전 끝 무렵부터 국제 조약과 기구를 자신의 이익에 반한 장애물로 여기면서 힘 의 일방적 사용을 앞세웠다. 바로 지금 이라크가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 정책의 패배를 웅변하고 있다.'(1월1일 중앙일보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의 해외칼 럼) 마쓰자카와 베컴을 통해 스포츠에서도 엄연한 현실이란 것을 보여준 미국 스 포츠 자본의 싹쓸이 독점과 일방주의 그 가공할 끝은 어디인가요?

구자겸 USA 중앙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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