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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소리사랑 색소폰 동호회 '낭만 별곡'

중앙일보

입력

분당 오리역 인근의 한 빌딩 2층. 매일 오후 7시가 되면 어김없이 색소폰 소리가 흘러 나온다. 지난해 7월 구성된 '분당 소리사랑 색소폰동호회'회원들이 일과를 마치고 모여 악기를 잡은 것이다. 조성학(49)회장은 "색소폰을 배우고 난 후부터 술잔은 덜 잡게 됐다"며 "색소폰을 불면 마음도 즐거워 이래저래 몸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 회원은 17명, 나이는 대부분 40대 후반 이상이다. 총무 송기천(41)씨가 가장 젊은 축에 든다. 송 씨는 "연장자들의 뒤치다꺼리하라고 총무시킨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회원 연주경력은 다양하다. 완전 초짜부터 10년 넘은 베테랑도 있다. 송 씨는 고교 밴드부 출신으로 3년 전 다시 색소폰을 잡았다. 박상영(53.자영업)씨는 14년 전 가입했다. "당시엔 색소폰을 배울 데가 흔치 않았다"는 박씨는 "당시 직장이 음악학원이 몰려있는 종로에 있어 다행히 배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회원 대부분이 학원을 통해 색소폰을 처음 배운 사람들이다. 조 회장은 "기존 색소폰 동호회들이 학원을 중심으로 결성되다 보니 순수함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알음알음으로 모여 이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년 6개월 전 색소폰을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초기엔 마우스 피스(관악기 입대는 부분)를 물고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하루 8시간이상 연습한 날도 많다. 지금도 매일 연습실을 들른다.

회원들이 돈을 갹출해 만든 연습실은 반주기 및 칸막이 개인연습실 8개를 갖추고 있다. 초보 회원들은 색소폰 30년 경력의 김창수(45)씨가 지도하고 있다. 대형 음식점을 경영하는 김씨는 소시적 야간업소에 다수 출연하는 등 색소폰 경력이 화려한 '프로'다. 회원들 사이 '김 프로'로 불리는 그는 "회원들의 악보 보는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나 연습 열정은 나이를 잊은듯 대단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밥을 흘리지 않고 숟가락으로 먹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나도 하루도 거르지않고 연습하면 몇년 후에 명연주자로 변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연습생은 잠자는 시간에도 음악을 듣는다는데…."

최근 개설한 홈페이지(cafe.naver.com/feelingsaxophone.cafe)에 오른 한 회원의 글이다. 연습을 해도 큰 진척이 없는 모양이다. 글 속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와 연습 부족에 대한 반성이 엿보인다.

치과의사 조병옥(63)씨는 회갑을 넘긴 나이에 입문했다. 그는 곧 부인과 함께 중국 오지로 치아진료 봉사를 떠난다. 그는 "친구도 없는 중국에서 소일거리로 삼으려 색소폰을 배우고 있다"며 "집사람을 위한 '깜짝쇼'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가의 색소폰을 구입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그는 "악기 값이 아까워서라도 중도 포기하지 않을것 같아 큰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동호회는 지난해 가을 무대에 데뷔했다. 분당 율동공원 연주에 이어 지난해 11월 중앙공원 야외음악당에서 단독 연주발표회도 열었다. 김승한씨의 연주 '사랑의 이름표' '신사동 그사람' 이 흥을 돋우자 그 다음 무대에 선 김종현씨의 'Help make it through the Night', 조 회장의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 이 이어받아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올해는 날씨가 풀리는대로 야외공연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이들은 매달 한번씩 독거노인 요양시설인 용인의 인보마을에서 위안음악회를 열고 있다. 회원은 25명 정도로 제한할 예정이다. 가입신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받는다.

프리미엄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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