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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는 변칙유학 “복마전”/한국학생들 비서 구속되기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미 유학 노린 낙방생들 우글우글/알선업체­학원 알력으로 들통나
필리핀에서 영어 어학연수를 받던 한국유학생 25명이 17일 이민법위반혐의로 필리핀 경찰당국에 전격구속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져 주목된다.
필리핀 마닐라시 경찰당국이 밝힌 구속사유는 이들 학생들이 관광비자를 받고 입국했음에도 불구,방문목적을 어기고 「학습」을 받았기 때문에 필리핀 이민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리핀에서 수학하려면 「학생비자」를 받고 입국해야 한다는 것이 필리핀 경찰관계자의 설명이다.
필리핀에서 이번에 구속된 25명이외에도 약 3백여명 가량의 한국유학생들이 머무르고 있다고 19일 마닐라주재 한국 대사관이 서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
대사관에 따르면 필리핀에 단기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은 대략 세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우선 필리핀대학 입학을 목적으로 사전준비단계의 어학연수를 받는 경우가 있고 한국에서 군복무를 마친뒤 복학할때까지의 기간을 이용,영어를 배워보겠다고 필리핀에 온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부류는 역시 한국의 대학입시에 낙방,미국등 제3국 유학을 위해 우선 필리핀에서 임시로 영어 등을 공부해온 학생들이다.
이들 학생들이 한달 식비·학비로 지불하는 돈은 대략 5백달러(36만원)정도.
이들은 돈이나 흥청망청쓰면서 퇴폐행위를 일삼는 일부 문제유학생이라기보다는 국내교육정책에 밀려난 절박한 사정에 떨어진 학생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닐라주재 한국 대사관의 홍승목 영사는 『이들 유학생들을 범죄청소년들로 생각하면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는 한국유학생들의 어학연수를 방치해 왔던 필리핀당국이 갑자기 특정학원(퍼시픽 랭귀지스쿨) 특정강의시간대의 수강생들을 급습,이들을 모두 체포한 것은 석연찮다고 지적한 홍영사는 이들 학생들이 오히려 필리핀행정의 피해자들이라고 말했다.
홍영사는 당초 한국인을 상대로 한 경쟁 영어학원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였으나 지금은 학생들을 위한 영어학원이 비자연장신청을 대행함으로써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된 여행업체가 당국에 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들 여행업체와 경찰당국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대사관측은 당초 대사관의 정식 개입없이 학생들이 선임한 변호사를 통한 자체해결을 지원해 왔으나 경찰당국이 석방대가로 학생 1인당 2만페소(약50만원)씩을 요구,협상이 결렬되자 18일부터는 공식적인 접촉을 시작키로 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학생들은 석방되더라도 곧 한국으로 추방될 수 밖에 없다.
홍영사는 『협상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2∼3일내 석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앞으로 이 사태가 다른 한국유학생들에게까지 파급될 것을 우려,나머지 학생들도 설득,조기 귀국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민국 유치장에 구속중인 학생들(남자 20명,여자 5명)은 다른 외국인 5명과 함께 한방에 갇혀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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