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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주 신탁은 감독 관전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전통적으로 힘의 축구를 구사하는 유럽축구에 코리아축구가 약하다는 면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1승을 안고 있은 코리아로서는 코너에 몰려있는 아일랜드와 여유를 갖고 경기를 풀어갔어야 했으나 오히려 아일랜드와 똑같은 전술을 구사함으로써 수렁에 빠질 뻔했다는 점에서 코칭스태프의 작전미스와 함께 선수기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코리아 팀은 전반에 바람을 안고 싸우는 불리한 상황에서 최후방으로부터 양사이드를 이용하려는 무모한 긴 패스만 시도, 최철·한연철의 체력만을 소모시켰으며 신장과 체력에서 우세한 아일랜드 선수들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골이 된 셈이다.
코리아 팀은 우세한 개인기와 스피드를 바탕으로 짧은 패스로 아일랜드를 공략했어야 했으나 김정만·이창하의 플레이가 크게 위축, 전방으로의 적절한 볼 배급이 이뤄지지 않았고 경기의 흐름과 플레이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의 부재가 두드러졌다.
특히 미드필더들의 활약이 아르헨티나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는데 기동력에서 처짐으로써 가장 중요한 미드필드장악에 실패, 활발한 공·수전환이 이뤄지지 않았고 수비가 담력이 부족해 수비라인의 허점을 노출시켰다.
물론 이날 경기는 수비의 핵인 이임생과 공격선봉장인 서동원이 FIFA(국제축구연맹)의 한게임 출장정지와 오른쪽 무릎인대부상으로 각각 결장, 공·수 균형을 잃은 것이 저조한 경기를 펼치게 된 원인이기도 하지만 수비라인이 안정되지 않아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과 선수기용에서도 문제점이 있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부진했던 이창하, 스피드가 떨어지고 위치선정이 좋지 않은 박철(박철)을 스타팅으로 기용한 것과 김정만이 전반 내내 부진했으나 즉각 교체하지 않은 것은 코칭스태프의 판단미스라 할 수 있다.
코칭스태프는 남과 북의 선수기용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최상의 컨디션을 갖고 있는 선수를 과감하게 기용해야 하며 부진한 선수는 시기 적절하게 교체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전반적인 저조한 플레이에도 불구,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점골을 터뜨린 선수들의 투혼은 높이 평가할 만 하며 이러한 정신력이 계속 유지된다면 코리아 팀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코칭스태프는 남은 포르투갈전과 8강전에 올라갈 것에 대비, 이변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빠른 시일 내에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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